나는 한번이라도 뜨거웠을까?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9
베벌리 나이두 지음, 고은옥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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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년이 서로의 눈을 진득히 바라보는 모습만으로 이 소설을 한달음에 읽어낼 수 있다. 청소년 성장소설이라는 이 책은 여타의 성장소설처럼 청소년의 마음을 휘어잡고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끌진 않는다. ’성장’을 구지 이야기하자면 흑인 소년 무고와 주인집 아들인 백인 소년 매슈의 보일 듯 말듯 드러나는 우정에 관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보다 더 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무언가를 알리고 싶었으며, 그 시선이 어린 두 소년으로 번갈아 드러나 더욱 애처롭게 다가온다. 


한국 독자에게 낯설기 짝이 없는, 1950년대 케냐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저자인 베벌리 나이두는 이렇게 말한다. “백인 아이로서 저는 이 나라(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자행되는 끔찍한 불평등에 대해 아무런 의문을 갖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비로소 이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저항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저 또한 그 문제의 일부분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생각 아래 그녀는 인종차별정책에 대해 저항운동을 한다. 그 시절의 이야기를 소설로 옮겼으며, 당시 백인들이 마우마우족을 필두로 케냐 원주민들에게 자행한 일을 사실적으로 옮긴 것이 ’나는 한번이라도 뜨거웠을까’이다. 


이 글의 제목을 보면서 두 소년의 고민을 겹쳐 보았다. 두 소년은 비록 어렸지만 뜨거운 삶을 살고 있었다. 특히 필사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무고의 뜨거움은 원인 모를 억압에 눌러 쉼없이 이글거렸다. 허수로운 이유로 감옥에 잡혀들어가야 했고,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어 아빠와 이별해야 했던 흑인소년 무고의 눈과 실은 자신의 잘못으로 무고가 잡혀들어간 것을 아는 백인소년 매슈의 눈이 맞닿을 때 수만개의 감정이 오갔다. 그들은 얼마나 화끈거려야 했을까? 친구가 되고 싶지만 될 수 없는 두 소년 사이에 놓인 장벽은 답답하게 놓여 있었다. 


단순히 제목만 보고, 두 소년의 꿈 이야기를 듣고 나의 꿈 이야기를 내어 놓으면 그뿐인 줄 알았다. 그러나 두 소년은 또 다른 꿈을 품기도 전에 아슬아슬한 삶을 살아야했으며 살기 위해 발버둥쳐야했다. 그들이 뜨거워야 되는 이유는 ’삶’ 그 자체였다. 한걸음 물러나 그들의 이야기를 보았을 때 살기 위해 뜨거워야했던 그들의 상황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왜 친구가 될 수 없었는가. 매슈의 아버지가 내놓은 답은 너도 크면 알게된다는 답답한 진실뿐. 저자는 그 답답한 진실을 알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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