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사랑이다 1
피에르 뒤셴 지음, 송순 옮김 / 씽크뱅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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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한 죄가 고스란히 적용되었다. 교사 다니엘과 제자 제라르의 사랑은 표면적으로는 교사가 학생을 꾀어 불륜을 저지른 불순한 사건이었으며, 그렇기에 사회의 지탄을 곧이곧대로 받아야 했다.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은 그녀가 잡혀갈 때 수근거리기 바빴으며, 제자 제라르의 행동을 철없게만 여겼다. 즉, 그들의 사랑은 세상에 알려진 순간 달궈진 돌덩이가 되어 아프지만 견뎌야하는 사랑으로 돌변한 것이다. 이렇게 다니엘은 다니엘대로, 제라르는 제라르대로 아픈 사랑을 했다.


작은 오두막이 있었다. 그곳에서만은 세상이 조용했다. 법만 따지는 법관도, 그들이 악질의 범죄자인 양 거칠게 다루는 경찰도, 비난의 눈길을 보내던 시민들도 그들의 바깥 세상에서 수근거렸다. 그들의 말소리가 오두막에는 닿지 않았다. 사람들의 말은 순식간에 마녀가 되어 그들을 사냥했고, 마법을 부려 능력있는 교사와 모범적인 학생을 비루한 처지로 만들어 버렸다. 세상에 수긍하고 한걸음 물러나도 그들의 처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수의 시선에 갇힌 둘의 사랑을 보면서 정유정의 장편소설 ’7년의 밤’이 생각났다. 주인공 ’최서원’은 세상에 알려진 살인마의, 평범한 아들이었다. 평범한 가정에서 학교를 다니고 친구를 사귀는 평범한 삶이 아버지의 살인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로 서원에게 얼룩졌다. 그가 가는 곳엔 어디든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덧붙었고, 그가 머무르는 곳엔 그 아이를 쫓아내려는 따가운 눈빛이 있었다. 아버지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그 자식이 살인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세상의 눈은 한가지 필터를 끼고 서원을 바라봤다. 마치 여교사와 제자의 사랑이 1960년대 프랑스 사회에서 쉽게 용납이 되지 않은 것처럼.


서원의 속이야기로부터 세상의 거대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감동을 얻어낼 수 있었듯이,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서도 열정을 간직했던 그들의 사랑은 감동을 전해줬다. 독자에겐 감동이었지만, 그들에겐 죽음과 상처로 남은 사랑은 제라르의 말에서 더욱 진실되게 다가왔다. 

"어째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게 죄가 됩니까? 저는 우리들의 사랑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설 ’아프니까 사랑이다’는 진실한 사랑을 나누었던 다니엘(실명 가브리엘)과 제라르(실명 크리스티앙)의 이야기였고, 독자의 마음 속에서 그들의 사랑이 다시 한 번 심판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사랑은 무죄, 사회는 유죄인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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