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간다 - 시인 121명이 찾아간 아름다운 간이역
이건청 외 지음, 좋은세상 엮음 / 굿글로벌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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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제껏 ’간이역’은 내게 낯선 곳이었다. 교과서에서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란 시를 보고 그곳을 쓸쓸하고 적막이 가득한 곳으로만 알았고, 그 전에도 이후로도 간이역을 보지 못했기에 쓸쓸한 운치를 가득 지니는 감성적인 공간으로 머릿 속에 그렸다. 내게 간이역은 그 한 편의 시가 다였던 것이다. 이 시집을 보면서 나는 그동안 간이역이 전할 수 있는 운치를 얼마나 몰랐던 것인지 아쉬워할 수 있었고 진심으로 두 발을 내딛어 간이역을 밟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간이역은 대체 어떤 곳인지. 안타까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적막이 흐를 것만은 분명할 것 같은데.


 한 권의 시집으로 시인 121명이 시를 실을만큼 우리나라에는 많은 간이역이 있었고, 각각의 시에는 간이역과 시인의 사라져가는 기억을 얽은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시인의 삶을 간이역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전하는 시도 있었고, 간이역 주위를 거닐며 드는 생각을 그저 모운 시도 있었다. 간이역이 다양한만큼 시도 시인의 마음도 풍요로워 보였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현재 사라져가는 간이역이 많다 보니 그만큼 ’간이역’을 주제로 담은 시에도 ’지금은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정서가 많이 담겼다는 것이다. 그러한 정서는 간이역을 쓸쓸한 곳으로 금세 만들어 버렸다. 간이역은 사실 소박할지는 몰라도 따뜻한 곳이었을지 모르는데. 다행히 간이역에 관해선 생초보나 다름 없는 내게 간이역에 얽힌 따뜻한 추억을 들려주는 시도 있었다. 간이역은 역시 따뜻한 곳이었을지도 모르고 누군가의 마음 속에는 어쩌면 지금도 따뜻한 곳일 것이다. 시가 그렇게 말해줬다.


이번 여름, 기차 여행을 계획하면서 몇 곳의 여행지를 둘러보다가 몇몇 간이역을 보게 되었다. 시를 드문드문 읽다보니 그 때 본 간이역 이름이 나왔고, 수만 개의 어질어질한 간이역 사이에서 무척이나 반가워하며 알은 채를 하고 시인의 마음에 억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나도 여기에 곧 갈거라며. 설레발을 잔뜩 부리면서. 어쩌면 나중에 간이역을 들릴 때마다 그 간이역과 관련한 시를 읽으면 나는 그곳을 잔뜩 설레는 장소로 기억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마음이 설레는 적막이라면 오랜 시간을 두고도 자꾸 걸을텐데. 그렇게 간이역이 쓰다 만 일기장을 즐거이 이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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