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공이 훌쩍 날아갔다. 1회초, 1회말, 2회초 그리고 9회말을 넘어 선 연장전까지. 누군가 그 공을 잡아채 경기가 끝날 염려도 없이 연이은 포물선은 아름답게 이어지고 있었다. 관중들의 환호는 계속해서 열띠었고 주인공을 비롯한 원년 서울대 야구부의 얼굴에는 적지 않은 나이까지 꿈을 지켜온 주장 태성의 열정에 미소가 피어나고 있었다. 조금은 긴 홈-런! 


박수가 절로 나오는 서울대 야구부의 감동이야기 전에는 더 많은 추억과 많은 이들의 인생이 얽혀 있었다. 1회부터 무려 9회까지 이어지는 야구의 흐름이 한 사람의 삶에 버무려지면서. 소설은 흔히 말하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순서로 데굴데굴 굴러갔는데, 나는 작가가 일부러 짠 듯한 그 정직한 흐름을 자연스레 따라 이야기를 하나둘 짚어 나가고 있었다. 마치 부러 끔뻑 속고 싶다는 듯이.


이재익의 소설은 이처럼 짐작이 가면서도 일부러 속고 싶은 매력이 있었다. 소설의 리얼리티가 뛰어났기에 소설에 빠져들기 쉬웠고 그 흐름만 잘 따르면 보장된 재미가 아낌없이 뒤따랐다.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역시 지웅의 시선을 따라 작가의 흔적을 엿보게 되면서 금세 그쪽 세상에 빠져들었다. 간간히 지웅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쓸 것인지 독자를 이끌어주었고 그 때문에 소설을 읽다가 길을 잃어 헤멜 필요가 없었다. 한마디로 쉽고 재미났다. 진작에 기대하게 했던 감동 결말은 알고도 속게되는 멋진 골인 지점이었다. 


야구를 좋아하는 주변 친구들에게 야구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는 열광할 수 없는 그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이 멋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잘 모르는 야구가 우연히 눈에 닿으면 보게 되고, 야구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전하는 친구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다. 잘 모르기 때문에 이재익의 야구 소설이 궁금했고, 읽고 나서는 큼직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만족감을 성큼 느낄 수 있었다.  낯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매력으로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은 ’이재익의 소설’이라는 만족감으로 다가왔다. <카피오페아 공주>, <압구정 아이들>,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작가 이재익의 색깔이 점차 갖추어 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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