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딸 루이즈
쥐스틴 레비 지음, 이소영 옮김 / 이덴슬리벨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책 속에 ’엄마와 딸’의 이야기가 두런두런 놓여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다만, 예상을 빗나갔던 것은 내가 생각했던 꼬꼬마 딸 루이즈가 아닌 성인의 입장이 되어가는 딸 루이즈와 암으로 죽기 직전인 엄마의 이야기라는 것. 딸 루이즈가 또 하나의 생명을 품게 되었을 때, 그녀의 엄마는 병마에 맞서 생명을 점점 잃어가게 되었다. 더 이상 엄마에게 예전에 지니고 있었던 활력을 볼 수 없었고 곧이어 그녀는 딸 루이즈와 친구와 다름없이 생활하던 그 삶, 그 정겨운 삶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엄마는 순식간에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담백하고 정곡을 찌르는 저자의 말투에 뚝, 눈물이 떨어질 뻔 했다. 그녀의 글에서 엄마와 딸 사이에 있을 법한 시간의 흐름이 눈에 읽혔다. 내가 어렸을 때,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학창시절, 처음 대학교에 입학하여 사회생활에 적응해내가는 지금. 순간순간의 나와 엄마와의 관계가 데굴데굴 굴러가고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달랐고, 엄마도 달랐다. 마주치는 눈이 달랐고, 그 안에 담겨 있던 사랑이 달랐다. 엄마와 나의 눈은 시간이 흐르면서 훨씬 더 깊고 복잡해졌다. 엄마와 나의 다크서클이 서로가 주었을 검은 상처를 숨긴 그 흔적이 되었다.


정말 나쁜 것이 아니라, 딸로서의 죄책감이 낳은 외마디 ’나쁜 딸 루이즈’는 내 가슴을 쓸어내릴 수 밖에 없었다.  아직 나는 루이즈의 입장까지는 되어보지 못했지만 엄마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또 나도 모르게 투덜거리기만하는 나를 보면서 공감할 것들이 자꾸만 더해갔다. 그러다가 소설은 내 이야기가 된 것 같고. 루이즈가 자신을 나쁜 딸이라고 자책하며 엄마의 이야기를 마구마구 쏟아내는 것처럼, 나도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만의 나쁜 딸 이야기를 고스란히 모울 수 있었다. 한두 장의 편지로는 모자랄 법한. 눈물 함박울 엮음. 


미안해요. 사랑해요. 루이즈가 암으로 엄마를 떠나보낸 후 마음을 담담히 삭이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나쁜 딸이라고 생각했던 루이즈에게서 ’나’를 발견했을 때, 그래서 이 책이 세상의 모든 딸과 어머니를 위한 책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제야, 그제야. 지금의 나와 엄마에게 끼워맞춰야 할 퍼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나중에 언젠가가 아닌 지금 당장 내뱉어야할 진심을 전하는 한 마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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