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지폐
정문후 지음 / 세니오(GENIO)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숫자가 쓰인 작은 종잇조각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세상이다. 500원짜리 동전으로 달콤한 음료수를 살 수 있고 1000원짜리 지폐로 빵 한 조각을 살 수 있다. 동전과 지폐가 있으면 간단한 클릭 한 번으로 집 앞까지 어떤 물건이든 배달시킬 수도 있다. 그런 돈에 사람의 마음이 담기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부터 돈은 무서운 것이 되었다. 사람들은 돈을 악용하고, 그 돈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돈에 구애받지 않고 하기 위해 그에 대한 막연한 욕심을 품기 시작한다. 그러한 욕심이 보란 듯이 뻥뻥 터져 범죄가 되고 그 이유가 ’돈’이 되었다. 돈이 나쁜 것일까, 사람이 나쁜 것일까. 그리고 왜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원래 목적보다 돈이 앞서 있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일까.


그조차 돈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돈의 불투명한 모습에 가려 자신의 마음을 보지 못한다. 돈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유혹에 못 이겨 간혹 위조지폐를 만드는 범죄가 일어나기도 한다. 정문후의 장편소설 ’위조지폐’는 만원권에 이어 오만원권까지, 위조지폐를 만드는 사람들의 심리를 소상히 추측하여 돈으로 인해 허상이 되어버린 사람들을 그려냈다. 돈을 두고 오가는 말들이 심상치 않아 소설 역시 심상치 않은 물건이 되어버렸다. 생동감있는 영화 한 편을 돈돈돈돈,으로 가득 찬 화면을 통해 들여다 본 기분이다.


소설 속에 담긴 배경지식이 남다르다. 번갈아 다른 이야기를 담는 구성도 특이하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구깃구깃한 지폐를 수년을 뜯어보다가 찾아낸 이야기를 이따금 주워 하나로 모아놓은 것 같다. 작가는 평범한 돈의 이야기에 평범하지 못한 사람의 욕심을 묶어내어 해체적 결말을 충격적으로 던져놓았다.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고민 다음으로 돈이 과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소설에서 말하는 것처럼 세상을 자꾸 삭막한 곳으로 만드는 것은 꿈을 잊은 채 주객이 전도되어 돈을 우선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욕심 때문이 아닐까. 행복의 조건에 포함되어 있던 돈이 불현듯 화를 내며 이 세상에 실증을 느꼇다고 스스로를 불바다로 휩쓸어간 듯한 충격을 남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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