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죽 구두 안드로이드 - 2010 제18회 대산청소년문학상 수상 작품집 ㅣ 대산청소년문학상 수상 작품집 18
차여경.이혜지 외 지음 / 민음사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수상 작품집’이라는 타이틀만 봐도 마음이 설렜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글을 써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그 글을 써내고, 다시 보고 다시 보는 노력을 기울였을지 눈에 선하게 보였다. 이 책에는 수 명의 소중한 글이 옹기종기 모여있다고 생각하니 자신의 글이 실린 약 40명의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값진 책일까 싶었다. 누군가에게는 발판이고 누군가에게는 다짐이 될 수도 있는 책이었다. 이 대회에 참여한 아이들은 응모작을 내고 그 중에서 몇몇은 캠프를 하면서 한 편의 작품을 더 써낸 듯 싶었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실력을 판별하고자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 중 심사위원들의 고심끝에 각각의 수상작이 정해지고 그 중에서도 상위 수상자의 글은 두 편씩, 나머지는 한 편씩 글이 이 책에 실리게 되었다.
솔직히 감탄했다. 물론 청소년들의 글은 기성작가의 소설과 차이가 나지만 이는 비교대상이 아닐 것이다. 청소년, 그 나이대에만 써낼 수 있고 그 가치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과 기성 문인들의 시와 소설을 판별하는 기준은 물론 다를 것이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1년의 깊이가 생각도 경험도 무척이나 큰 차이를 만든다는 걸 생각하면 청소년 문학의 가치는 달리 매겨져야 하는데 ’가죽 구두 안드로이드’를 보면서 풋풋함이 한가득 느껴져 즐거웠던 것 같았다. 아직 미숙하기 때문에 소설 속에 노력의 흔적을 지우지 못했고 그렇게 흘린 땀방울이 고슬고슬 소설의 매력을 만들었다.
청소년들이 바라보는 사회는 이러했고, 소설을 통해 그려내고 싶었던 세계는 저러했다는 점을 조금이나마 바라볼 수 있었다. 소설을 읽는 참맛이 느껴졌고 읽는내내 소소한 일기를 훔쳐보는 마냥 나름의 재미를 찾았다. 의외로 넓은 시각을 가진 몇몇의 소설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얼버무리는 면이 없지는 않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그들 나름대로 넓었고 그 나이대에서 써낼 수 있는 솔직한 세계가 진솔하게 읽혔다. 이따끔 나의 세상과 비교도 하면서 더 넓은 세계를 배우기도 했다. 그렇게 시나 소설을 계속 써간다면 좋은 작가가 될 예비작가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만들어낸 세계가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어 심심찮게 부러웠다. 나는 내가 청소년이라 불릴 때 왜 이런 것들을 알지 못했는지 살짝 심술이 나기도 했다. 난 이제서야 기회는 스스로 찾는 것이란 걸 알았는데 벌써 이렇게 멋진 시와 소설을 써내는 아이들. 만약 나중에 이 중에서 한명의 이름으로라도 나온 단편 혹은 장편 소설을 볼 수 있다면 정말 반가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