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왈 曰曰 - 하성란 산문집
하성란 지음 / 아우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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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오랜만에 모여 오랜 수다를 떨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끄집어내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았다. 그러다보니 깊숙한 마음, 조심스레 다 내어놓고 서로 더욱 친해질 수 있었다. 표면적으로 웃고 인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어느정도 거리낌이 있던 동기들이었다. 하지만 오늘 그네들의 솔직하고 진솔한 마음을 듣고 내 이야기를 꺼내는 도중 혹시라도 남아 있었던 부끄럽고 솔직하지 못한 마음이 멀리 달아나 버렸다. 그래서 친구들이 더 좋아졌다. 솔직하고 서로 친하지 못해서 더욱 즐거운 이야기자리였다. 


어느 날 다른 작품들을 통해서 좋아할 수 있었던 소설가 하성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즉, 하성란 산문집 ’왈왈’을 통해서 그녀의 일상적인 소소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는데, 친구들과 오랜 수다를 떨었는 것처럼 너무 즐거웠다. 솔직히 말하면 그녀의 생각을 엿보는 것 같아 장난꾸러기마냥 웃었다. 그녀의 이야기 중에 ’관음증’이라는 단어가 있었는데 그 단어가 꼭 내 행동을 가리키는 것 같아 뜨끔했다. 하지만 문학을 통해서 하성란 작가 역시 독자가 자신의 소설을 통해 드러난 생각을 알아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기에 안도의 한숨을 편히 내쉴 수 있었다. 한쪽짜리 이야기들이 그렇게 작게 내 머릿속을 건드리고 있었다. 


하성란의 왈왈은 개가 짓는 소리로 시작되었다. 이야기의 중간쯤이었는데 소설 전체를 대표하는 듯한 소리가 덜컥 개소리로 전락(?)해버리니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 작은 에피소드처럼 각각의 이야기들은 하성란의 왈(曰) 소리를 담아 진행되었는데, 소설가로서의 그녀의 삶과 아내와 어머니 또는 여자로서의 그녀의 삶이 한데 뒤섞이어 전개되니 그녀의 이야기가 매우 진솔하게 느껴졌다. 버스를 타고가다가도 한 토막, 공부하다가 지루해 눈이 감길 때도 한 토막씩 주워주워 그녀의 이야기를 다 읽었다. 라디오의 한자락을 들은 것 처럼 내 머릿 속은 그녀의 사연 천지다. 


하성란 작가님의 소설을 좋아했다. 처음 관심을 가졌던 것은 문학상 수상집에 실린 작은 단편들을 통해서였고, 그 다음은 프랑스 동화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 이야기를 들으면서였다. 그녀는 이를 소재로 그녀만의 소설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를 썼다. 그 다음이 최근 자음과 모음에서 출간된 ’A’를 통해서였는데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달리 나는 그 소설을 굉장히 인상깊게 보게 되었다. 흘러가는 시간에 따라 그녀의 소설이 느리게 혹은 빠르게 읽히는 점이 너무 재미있었고 이전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 유려하고 풍부하게 써냈다는 점이 멋지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욱 하성란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다음으로 이렇게 그녀의 생각과 삶의 일부를 솔직하게 담은 산문집을 읽게 되어 좋았다. 차츰 그녀의 글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소설가 하성란의 진면목을 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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