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쇼퍼 - Face Shopper
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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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깃, 했다. 뉴스나 영상매체에서 성형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예전처럼 ’성형’이 부끄러워 숨겨야할 치부가 아닌, 누구나 해서 이뻐지면 그만, 인 세상이 왔다고는 하지만 나는 여전히 성형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수능치고 쌍거풀 수술은 한 아이들을 보았다. 쌍거풀 수술이 성형으로 치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얼굴에 손을 댄다는 걸 알았다. 얼마 전에 만난 사촌이 쌍거풀 얘기를 꺼냈을때, 그것도 한명도 두명도 아닌 셋이나 나는 도리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가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우스갯소리로 엄마가 내 얼굴을 보며 눈은 쌍꺼풀에 앞트임을 좀 하고, 턱은 좀 깎고, 코는 좀 세우면 되겠다 라고 툭 던진 말이 장난처럼 들리지 않는 세상에 내가 놓여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 쇼퍼’는 성형외과의인 정지은 선생님을 둘러싼 ’성형’에 관한 적나라한 이야기를 모두 까발리는 아주 솔직한 소설이었다. 평소에 궁금했지만 관심을 가지지 않고는 쉽게 알 수 없었던 성형에 관한 종류나 에피소드를 소상히 알 수 있었는데, 작가의 유려한 필력이 더해져 순식간에 책 한 권을 뚝딱 읽어냈다. 하필이면 내일 시험이 있는 날 책이 도착해 한 챕터만 읽고 참느라 혼난 책이었다. 책에는 현재도 있을 법한 성형에 관련된 정보를 나누는 ’시크릿 성형 카페’가 있었는데, 유능한 성형외과의 정지은의 생각으로는 대개 성형에 대한 정보를 열심히 소개해주는 것 같지만 결국을 성형을 권하는 듯한 마무리를 짓는 카페였다. 


나는 이 책이 ’시크릿 성형 카페’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지, 알아야 써먹는다고 정수현의 소설을 읽을 수록 성형의 세계가 궁금해졌다. 성형도 아닌 간단한 시술만 하더라도 피부가 생기 있어지고 얼굴이 화사해질 것 같고 그래서 더욱 이뻐질 것 같았다. 여자에게 미모는 곧 자신감으로 이어지니 그 자신감을 쉽게 얻고 싶었다. 정말 얼굴을 사고 파는 세상이었다. 다행인지 모르게 책을 닫는 순간 꼬리를 물던 호기심이 사그라들곤 말았지만.  


얼굴이 자신의 이름이 되는 연예인들은 더욱 성형에 적나라한 상황에 놓여있을 것이다. 가끔은 내가 지금 이렇게 평범한 학생이 아니라 연예인으로 살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뜯어 고쳐 예쁘게 한껏 멋부리며 살아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대다수의 연예인들이 성형을 한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겨졌고 내가 성형을 해본다는 것에 대한 거부심도 많이 줄어들었다. 소설의 마무리는 성형은 남용하지 않으면 21세기 여성의 무기가 될 수 있다로 끝난다. 또한 자연스럽게 조화될 수 있는 이목구비를 가지도록 권유한다. 얼굴을 사고 팔기 전에 모든 사람들이 꼭 한번 짚고 넘어가야할 말이다. 얼굴은 눈과 코와 잎이 가장 조화로울 때 이쁘게 보인다고 한다. 성형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세상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최대한 자신의 얼굴을 보고 한 번 더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바라면서 아쉽게 ’페이스 쇼퍼’의 세상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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