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사의 회전 ㅣ 세계문학의 숲 6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사진 속에 붉은 빛깔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처음엔 이 소설의 주된 분위기를 공포스럽다고 생각했다. 심상치 않은 표지가 묘사하는 바를 몰랐고, 제목인 나사의 회전’ 또한 의뭉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책을 펴들고 모두가 놀랄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했을 때 나도 떠날 시간을 늦춘 한 명의 귀부인이 된 양 의문에 휩싸인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는 가정교사의 자리로 오게 된 한 여성의 평범한 일상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나는 이 이야기가 왜 이런 표지를 통해 으시한 분위기를 자아내는지 몰랐다. 소설은 뒤늦게 나타난 유령, 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이 소설이 많이 어려웠다. 실체를 드러내지도 않는 유령을 보고 연이어 놀라는 가정교사를 보며 지루하기도 했고 그래서 좀 더 역동적인 사건이 일어나길 바랐다. 처음에 왜 이 이야기를 그토록 무서운 이야기로 포장해놓았는지 의심을 품기도 했다. 갑작스런 소설의 결말에도 황당한 마음을 지우지 못한채 혼란스러웠다. 여러모로, 이제까지 읽던 소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소설 뒤쪽에 있는 해설을 보고 한순간에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다시 소설을 뒤적거리고 싶을 정도로 소설에서 내보인 열쇠를 한움큼 붙잡았고 이제 다시 기억을 되살려 그 열쇠를 사용할 시간이었다.
이 소설은 ’심리적 리얼리즘’을 사용한 소설이다. 사실 그냥 일반 독자에 불과한 나는 리얼리즘을 넘어선 심리적 리얼리즘이라는 말이 튀어나왔을 때 살짝 겁을 먹었고, 알게모르게 흘러나갔던 소설을 다시 되짚을 생각을 하니 한숨이 나왔다. 어렵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차츰 소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주인공과 다름없는 ’나’의 시선과 사건의 흐름이다. 먼저 ’나’가 객관적인 화자인지 주관적인 화자인지 부터 알아야했다. 1인칭 시점이 자아낼 수 있는 오류를 ’나사의 회전’에서는 유려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그것이 심리적 리얼리즘의 묘미였는데, 나는 그 오류에 흠뻑 빠진채 헤어나오질 못하다가 소설의 재미를 어이없이 놓칠뻔했다.
이 소설은 다시 볼 때 더 값진 소설이라 생각한다. 내가 처음 읽을 때 소설의 흐름을 따르지 못해서가 아니라 정말 두 번, 세 번 읽으면서 ’나사의 회전’이란 소설이 값지게 읽히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다시 보니 표지의 여성은 ’나’였고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소용돌이가 유유히 전해졌다. 하지만 또 다시 읽을 때 그 여성이 누가 될지 궁금했고 흥미로웠다. 아직도 이 소설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을 매력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 다행인 것 같다. 또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일지 다 읽고 나서도 기대가 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