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소년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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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컬투와 함께 사람 좋은 미소로 손을 흔들고 있는 이재익의 모습이 유난히 눈에 많이 보였다. 그래서 ’이재익’이라는 이름 삼 자도 더 많이 들을 수 있었고 이렇게 그의 소설도 벌써 두번째로 읽을 수 있었다. 처음이 카시오페아 공주라는 단편 모음집이었고, 두번째가 장편소설인 압구정 소년들이었다. 그리고 현재에도 다시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이라는 소설을 연재 중이라고 했다. 나는 최근만 해도 이렇게 바지런히 책을 써낸 작가가 몹시 궁금해졌다. 이재익의 소설은 쉽게 손이 가는 소설다운 매력을 지니고 있기에 더욱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일러스트가 인상적이었던 카시오페아 공주를 읽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재의 ’진부함’이었다. 다만 그 것이 도리어 장점으로 돌변하기도 했는데, 이재익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잘 집어내 예리하게 포착해냈기 때문이다. 눈을 돌려 한번쯤 잡아두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재간있게 풀어낸 소설집이 바로 카시오페아 공주였다. 그래서 나는 그 때 그 단편집에 상충되는 별을 요긴하게 줄 수 있었다. 냉정하고 똑부러지는 독자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내가 읽은 두번째 작품인 ’압구정 소년들’의 별을 매기자면 역시 비슷한 인상이다. 놀라울 정도로 쉽게 읽히는 가독성에서 듬뿍 별을 내어주다가도 쉽게 볼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소중하지 못해 거두어들이는 별도 생긴다. 얼마전에 읽었던 하재영의 깔끔한 장편소설 ’스캔들’이 생각이 났다. 그 책도 어느 여배우의 죽음으로 무성한 사회의 단면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2010년 들어 이와 같은 소재의 소설들이 생겨나는 데 반가움을 표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엄염한 사회적인 현상으로 소설에 담겨있고, 읽고 난 뒷맛은 조금 씁쓸하다. 대개 연예인들의 표상적인 죽음은 흘러가는 소문인 마냥 묻히고 만다. 전설로 남으면서 박수칠 때 떠난 그들의 모습은 소설에서 묘사하는 마냥 아름답지 만도 않다. 여배우의 죽음말고도, 30대 중반의 남성의 시선으로 그리는 삶의 시선과 그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엿볼 수 있는 소상(昭詳)한 시대적 배경이 소설의 또다른 묘미로 뒤따른다. 가요계의 역사를 다시 되짚어보는 것 같아 즐겁다. 


책의 표지가 참 예쁘다. 개인적으로 붉은 계열의 색을 참 좋아하는 데 그래서 압구정 소년들은 더 손이 가는 책이었다. 노을이 지는 듯한 연붉은 계열의 하늘아래 날아가고 있는 두 남녀, 걔 중에도 한쪽팔을 저멀리 내뻗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심상찮다. 그녀의 마음 속에 무언가 메세지를 담은 말주머니가 담겨 있을 것 같았다. 책을 다 읽어내고도 그 말주머니를 찾지 못해 아쉬웠다. 비슷한 시대의 서울 아이들의 이야기로 노희준의 ’오렌지 리퍼블릭’이라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과 이 책에서 모두 작가의 반자전적인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발견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내가 사는 이 곳과는 다른 세계가 그려진 것 같았다. 그래서 문득 환상적이기도 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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