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리퍼블릭 - Orange Republic
노희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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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오렌지’들의 적나라한 이야기를 읽었다. 묵직한 고뇌가 한껏 담겨있는만큼 강남의 대서사시를 이즉하게 옮겨놓은 이 이야기는 많이 낯설기도, 새롭기도 했다. 그래서 정말 ’소설’을 보는 기분이었다. 현실을 너무 적나라하게 담고 있었기에 도리어 소설처럼 느껴지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같은 류의 소설이었다. 주인공이 홀로 자신의 이야기를 구름 피어오르듯 연이어 물고물고 나갈땐 최시한의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홀로된 고민이 모두의 고민으로, 고민이 많이 담긴 소설이었다. 가장 자유분방하면서도 생각이 많아지는 우리 시대의 청소년이 주인공이 되어 그런 고민을 마구 풀어내고 있었다. 


이 소설에는 모두 저마다의 상처를 지닌 아이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은 친구라는 명목아래 자신의 치욕스런 치부를 드러내면서 자신들의 마음이 열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모두 진실된지는 모른다. 다만 그렇게 그들은 자신의 치부를 차츰 드러내면서 허물없는 친구라면 꼭 드러내지 않아도 될 ’비밀’까지도 함께 공유하길 바란다. 그들은 아직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을 만한 어른이 아니었다. 아직 어른이 덜 된 막 익기전의 탐스러운 오렌지였을 뿐이었다. 


그런 그들의 언어가 소상하게 드러나면서 이 소설의 매력이 보인다. 이 시대의 청소년들의 적나라한 대화를 속시원하게 엿볼 수 있게 됨으로써 90년대의 시대적 풍토와 당시 강남 오렌지들의 이야기를 알아 들을 수 있게 된다. 그들의 관계가 좀 더 진지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남들과 다름없이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그들을 볼 땐 결국 푸핫 웃음이 나온다. 별반 다른바 없던 푹 찌그러진 강남 오렌지들의 이야기였다. 아마, 작가는 이런 강남 오렌지들의 이야기를 가장 적절한 언어로 잘 풀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좀 더 넓은 시각을 갖기 위해 같은 소재를 다룬 황석영의 ’강남몽’ 또한 읽어보고 싶었다. 단편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들의 자세한 내력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저들만이 똘똘 뭉친 ’나’의 패거리들이 어떻게 지속될까 궁금했다. 장면 장면이 정말로 길게 지나가는 소설이었지만, 만약 단편이었다면 많이 아쉬웠을 법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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