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팅 클럽
강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에서 볼 수 있었던 모녀간의 거리와 감정이 강영숙 소설 ’라이팅 클럽’으로 전해진 것 같았다. 그리 친하지는 않지만 어머니와 딸이라는 이름 하나로 함께 살아온 그들은 늘 그를 위해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했다. 서로 비슷한 구석 하나 발견할 수도 없었지만 그래도 그 어머니의 그 딸이란 말처럼 글을 쓰려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고, 글쓰기로 딸은 엄마를 찾았고 엄마는 딸을 바라보게 되었다. 늘 작가가 되고 싶어 소설을 쓰는 어머니는 현재 글쓰기 교실을 운영하고 있었고, 딸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해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라이팅 클럽, 즉 자신만의 글을 쓰기 위해 모인 글쓰기 모임은 어머니에게서도 딸에게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할 수 있는 그런 매개체가 되었다. 그 마음이 잘 전해지지 않아 구겨진 종이에 딸과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대화가 시작되었다. 


저자는 라이팅 클럽으로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모우면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써 떠올릴 수 있는 여러가지 생각을 주인공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쉽게 잘 표현되지 않는 감정을 담고 함께 고민할 시간을 전하는 듯했다. 주인공은 장편소설 한권의 시간이 흐를 동안 함께 시간의 널뛰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 시간이 차츰 흐를 때마다 주로 중심이 되어 그려졌던 딸의 시선이 성숙해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순수하고 단편적인 생각이 우선이 되었던 어린 나이를 훌쩍 벗고 점차 성장할 줄 알았다. 나중에는, 자신이 쓰레기로만 생각했던 계동 주부 글짓기 모임에서 몰래 보았던 글들이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걸 깨닫고 그런 경솔한 생각을 반성하고 이를 발전대로 디딤돌 삼아 나아갈 수도 있었다. 자신의 글을 ’쓰레기’라고 치부했던 어머니에게 품었던 앙금도 자연스레 풀리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그녀에게 어머니는 소중한 멘토가 될 수 있었다. 물론 그럴즈음엔 어머니의 입장에서도 딸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라이팅클럽’은 시간의 흐름이 곧, 생각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깨우침이 담긴 소설이다. 생각의 시간이 흐를 때마다 깊어지고 성숙해가는 딸의 모습이 아름답고, 그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조화로워지는 모녀의 따뜻한 관계가 뜨겁게 다가왔다. 구겨진 일련의 종이들은 결코 낭비된 못쓰는 쓰레기로 남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시행착오에 불과했다. 지금 꼭 잡은 손이 다시 함께 살게된 딸과 어머니의 한집처럼 온기있게 뭉쳐져 있다. 한번의 생명의 고비를 넘기고서야 등단하게 된 어머니는 이후 한층 더 딸을 쉽게 이해하고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고, 좀 더 잘 혹은 능숙하게 글을 써내지 못해 고민이 많았던 딸도 얼마지 않아 어머니 못지 않은 매력적인 글을 토해낼 것이라 생각한다. 시간이 가져다준 성숙이 만들어낸 글귀는 너무 아름다웠다. 강영숙의 ’라이팅 클럽’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글쓰기 해법을 얻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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