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발랄한 이재익의 소설 <카시오페아 공주>

카시오페아 공주 - 現 SBS <두시탈출 컬투쇼> 이재익 PD가 선사하는 새콤달콤한 이야기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9월

오츠 이치의 ’쓸쓸함의 주파수’라는 단편 소설집을 보게 되었다. 급작스레 선물을 받아 우연히 읽게 된 책이라 큰 기대도 하지 않았고 평소에 일본 소설을 거의 읽지 않아 흥미도 없었다. 또 단편보다 장편 소설을 더 좋아하는 심보 덕분에 오츠 이치의 책은 잠시 방치되어 있었다. 우습게도 시험기간이 되어서야 못난 공부하기 싫어하는 작은 괴물이 덥석 책을 집어들었다. 단편이라 한움큼의 여유만 집어내자고 시작한 읽기가 어느새 책 한 권을 끝내고 있었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오싹하고 절묘했다. 개성있으면서도 애잔하게 다가와 오츠 이치의 매력을 금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일본 소설에 대한 은연중에 지니고 있던 편견도 색다른 매력으로 달리 느껴졌다. 내겐 고마운 책이었다. 


한편으로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분위기의 소설이 없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평소에 우리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않은 탓도 있어 잘 몰랐을 뿐. 의외로 그 분위기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저만의 생각을 가진 소설들이 많았다. 그런 책들을 볼 때마다 하나씩 나의 베스트북 목록에 적어놓곤 했다. 최근들어 그런 책을 이따끔씩 읽을 수 있어 독서가 즐거웠다. 오츠 이치의 참신한 소설과 가장 흡사한 느낌이 드는 책이 바로 이재익의 소설 ’카시오페아 공주’였다. 


이 책은 그리 독특하지만은 않았다. 다만 오츠 이치가 자아낸 분위기를 슬그머니 간직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문들을 재치있게 붙잡아 한편의 소설로 형상화하고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갈 줄 알았다. 오싹한 살인범의 이야기며, 카시오페아 공주라는 외계인을 만난 이야기며 연인이나 다름없는 오랜 친구가 죽어가는 이야기며 갖은 단편들을 한편의 영화처럼 볼 수 있었다. 한국 영화감독들이 과연 탐낼 정도로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 덕분에 시험기간에 눅눅하게 쌓인 묵직한 기분을 탈탈 털어낼 수 있었다. 다만 한편만 읽으려던 마음의 시간은 조금 어겼지만. ^^; 소설마다 볼 수 있는 멋진 일러스트 역시 카시오페아 공주를 더 빛나게 해주더라. 눈을 매료시키는 각각의 일러스트를 통해 이재익의 소설을 떠올리는 순간 상상의 세계가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흠뻑 기절할 것 같았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