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만 실종된 최순자
김은정 지음 / 판테온하우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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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최수지로 제 2의 삶을 잠깐 살 수 있었던 
’순자’가 바라던 것은, 사랑, 그게 다였을까? 

순자는 서른이 두달여 남은 시점에서 부모님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금전적인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자퇴를 해야했던 고2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했다. 그래서 주식투자 성공으로 급작스럽게 생긴 돈 오천으로 자신이 비서로 일했던 변호사의 사정을 해결해주고 그를 빌미로 무려 12살을 속여 한 고등학교로 들어간다. 거기서 순자는 꿈에도 그리던 예쁜 배우의 이름이었던 ’수지’로 살아간다. 서른 살처럼 안 보이기 위해 머리도 싹뚝 자르고 어려보이도록 앞머리도 내리고 옷도 신경써서 입지만 간혹 세대차이를 느끼고 곤란해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래도 순자는 꿋꿋히 서른의 몸으로 고2의 삶을 우영부영 살아간다? 우왓, 말도안되 ! 

모르겠다. 이 소설은 말도 안되는 것 투성이다. 금전적으로 허덕이던 순자가 겨우 취직을 하며 살아가면서 우연히 주가가 급상등한 주식을 사놓아 갑작스렇게 오천만원을 벌 수 있던 것 하며 그 돈을 어디다 써야할지도 모르는 혼란스러운 그 순간에 변호사는 SOS를 불렀다. 마침 자신이 비서로 있었고, 도움이 필요했던 그 변호사는 나이와 호적을 관련하여 연줄이 있는 듯한 사람이었고, 우습게도 돈의 대가로 -12살을 신청한 순자의 바람이 실현되었다. 통과가 된 것이다. 물론 약간의 의심은 있었지만 순자는 ’수지’라는 이름으로 고등학생의 생활도 잘 해나간다. 같은 고등학생이나 전남친이었던 현우가 국어선생으로 부임했는데도 거진 의심을 받지 않는다. 정말 이상한 것에 우연투성이다. 

하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은,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내용의 장치에 불과하다. 유쾌한 어투로 서른의 한을 쏟아내는 듯한 작가의 위트는 소설의 전체를 통틀어 애교있게 드러나고 있다. 순자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이 되는 타임머신 버전으로까지 서른이 서른답게 가치있게 살아갈 수 있는 의미를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말은, 사실은 서른인 자신을 짝사랑하는 고등학생이 있었고 그 사실을 알고는 다시 삼심대의 길가에서 군인이 된 그 애를 멋지게 맞이하고 있는 장면이다.  결국 순자가 바라던 삶은 사랑, 그게 다였을까? 정말 그렇다면 저자가 찾고자 했던 서른의 의미가, 다시 한 번 스무살이 되고 싶다는 넋두리가 무색해지고 말 것이다. 

이 소설은 작가의 말을 미루어 서른 살 즈음 여자들을 위한 심리 치유 소설이다. 그러니깐 서른, 에 접어드는 싱숭생숭한 마음을 가련히 다독여주는 소설이다. 서른의 심리를 속속들이 파헤치고 순자를 통해 함께 그 고민을 나눌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래서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이상적인 체험도 소설로나마 함께하고, 앞으로 더욱 성장한 자세로 허무맹랑하지만은 않은 자신의 삶을 이끄는 방법을 알려준다. 순자의 시간이 흐르면서  더불어 자신의 서른도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서른은 이십대의 끝, 종말 지점이 아니라 삶의 연속이며 시간의 흐름속의 일부로 다시 흘러간다. 서른, 당신의 마음은 혹시 멍들고 있진 않은지. 순자와 함께 서른을 보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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