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 손턴 와일더의
손턴 와일더 지음, 김영선 옮김 / 샘터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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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714년 7월 20일 금요일 정오, 페루에서 가장 멋진 다리가 무너져 여행객 다섯 명이 다리 아래 깊은 골짜기로 추락했다. (29쪽)

사건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연히 그 사건을 보게 되었던 수사 주니퍼는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눈 앞에 펼친 이 기막힌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왜 이러한 일이 하필 저 다섯 사람에게 일어나야 한단말인가, 라고 외치면서. 그리고 우연히 그 다리를 그 시간에 지났던 불운한 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파헤친다. 어쩌다 그들은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는지, 정말 우연일까. 다섯 사람의 운명이 한 자리에서 마감한 운명의 수레바퀴에 수사 주니퍼도 합류하기 시작한다. 


다섯 사람의 운명적 죽음을 두고 그 다리가 있던 마을 리마의 사람들은 묵념을 하기 시작한다. 안타깝다고도 하고 진실된 마음을 담아 묵념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그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으로만 남아 관습처럼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란 말이 쓰이기도 하는데 ’화요일에 널 볼 수 있겠다. 다리만 안 무너지면’, ’내 사촌은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옆에 살아.’ 따위이다. 다섯 사람의 삶이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것처럼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도 슬프고 무시무시하게만 남는다. 마지막 자신의 고아원 아이를 그 다리에서 잃었던 수녀원장이 남긴 생각이 애처롭게 다가온다. 
 
"심지어 지금도, 나를 빼고 나면 에스테반과 페피타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카밀라 홀로 그녀의 피오 아저씨와 그녀의 아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이 여인 홀로 자신의 어머니를 기억한다. 그러나 곧 우리는 죽게 될 것이고, 그 다섯 사람에 대한 모든 기억은 지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우리 자신도 한동안 사랑을 받다가 잊힐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 사랑이면 충분하다. (...)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땅이 있고 죽은 사람들을 위한 땅이 있으며, 그 둘을 연결하는 다리가 바로 사랑이다. 유일한 생존자이자 유일한 의미인 사랑!" (212쪽)  


소설에서 죽은 이들의 삶 하나하나를 볼 수 있기에 더욱 감명 깊다. 하나의 연작 소설처럼 에스테반 형제의 이야기와 후작 부인과 그녀를 돌보던 페피타의 삶과 여배우 카밀라와 그녀를 진정어리게 생각하던 피오 아저씨와 그녀의 아들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모두 그리 잘나지도 않고 특이하다면 특이하고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는 그들만의 이야기였다. 사연은 깊었고 그 사연이 속 시원하게 풀리기도 전에 어떤 징조도 없던 다리는 우르르 무너져 그들의 이야기를 앗아갔다. 저자가 담담한 말투로 들려주는 그들의 이야기가 마을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오래도록 회자된 것처럼 내게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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