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나라의 앨리스
심정희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신비한 이야기는 앨리스가 어떤 토끼를 따라 알 수 없는 구멍에 쏙 빠지면서 시작된다. 그렇게 심정희도 자신도 모르게 쑥 패션의 세계에 빠져버렸다. 어영부영 면접을 치르고, 맡은 일을 해나가고, 그러다가 방송 출연을 하고, 세계 무대를 취재차 오가면서 그녀는 어느덧 능력있는 패션 에디터가 되어 있었다. 아니, 패션에디터로서 그녀만의 길을  차츰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상한 나라에서 온갖 일을 겪으면서도 굳건히 걸어가던 앨리스처럼 심정희도 그 세계를 걸어나갔다. 걸음을 내딛을수록 발이 쏙쏙 빠질만한 매력구덩이들이 가득 찬 그 곳이 바로 패션의 세계였다.


일부 남의 이야기를 이야기하듯 그녀는 그렇다더라, 하는 무심한 소리를 내는 이유는 정말 이 책에는 ’그녀’의 이야기만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모두 함께 패션에 좀 더 친근히 다가갈 수 있고 마찬가지로 패션에 무지했던 ’나’를 한순간에 변신시켜줄만한 책은 아니었다. 사실 다른 노력 없이 책 한 권으로 그러한 것들을 바라는 것도 내 욕심이겠지만, 심정희의 스타일 체험기는 오로지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이 책은 패션지도서라기보단 패션에디터 심정희의 수기와 가까운 책이었다. 그렇다고해서 또 이 책에 실망한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수기로 인해 사람들에게 좀 더 패션의 세계를 가깝게 만들어주는 의미심장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마치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수록 심정희는 독자를 자신의 이상한 세계로 이끄는 것 같았다.
 

먼저 이 책의 주인공, 심정희씨부터 그랬다. 그녀는 패션을 이야기하기 위해 아낌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자신이 언제부터 패션에 관심이 있었으며, 체형적 결함은 어떠하며 그 때문에 이런 옷을 입기에는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아주 솔직하게 들려준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얽혀 그녀의 이야기는 완성된다. 그녀는 허리가 매우 얇지만 하체 비만이 있어 고민이 많았는데, 허리를 강조하는 옷을 입으며 그 고민을 조금씩 해결해 나갔다. 또한 자신은 입을 일이 없을 줄로만 알았던 스커트에도 어떤 계기를 비롯해 하나둘 입어봄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여자로서의 많은 기쁨을 포기하고 살았는지 깨달았다고 한다. 그저 전문적인 패션종사자가 아닌 친숙한 20,30대 여성의 모습으로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나가는 과정과 함께 체형에 걸맞는 옷을 함께 소개한다. 아마 그녀의 이야기와 고민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 공감을 가질만한 20,30대 여성이 많으리라고 예상한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로 다양한 사람들의 패션공감을 일으키고 있었다.


오롯히 그녀의 진솔한 경험이 많이 담겨 읽기에도 궁금증을 풀어나가기에도 좋은 책이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때로는 이질감이 들때가 있기도 했다. 나는 패션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는 문외한이었고, 그녀가 생소한 패션 메이커를 말하거나 패션 용어를 섞어 말할 때는 너무 다른 세계의 이야기인 것 같아 제대로 이해하거나 그녀가 말하는 물건을 제대로 떠올릴 수 없어 아쉽기도 했다. 이 책은 아무래도 평소에 패션에 관심이 있었으며, 패션 잡지를 즐겨보고 패션 자체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보면 더 유익한 책이 될 것 같았다. 앞으로 더 넓은 패션 세계를 탐닉할 패션 에디터 심정희의 색다른 스타일 체험기는 사실상 굉장히 유쾌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는것 처럼 새로운 패션 세계를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그녀의 앞을 향해 나아가는 도전정신이 들떠 있어 나도  함께 신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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