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금융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장르를 접했다. 모르는 단어가 오가고 그에 따라 한 나라의 경제 구조가 휘청할 것만 같던 소설은 의외로 쉽고 흥미진진하게 흘러갔다. 주인공은 작은 규모의 중소기업 사장인 아카마쓰, 그가 이끄는 회사의 한 트럭에서 타이어가 빠져 한 사람이 죽게 됨으로써 사건은 시작된다. 소설의 앞머리에는 이 사건으로 아내를 잃은 가족의 아내에 대한 추도문으로 시작한다. ’결코 사라지지 않을 너의 기억’이란 제목으로 시작하는 추도문에는 여섯 살 아이를 두고 세상을 떠나야 했던 어머니의 마음과 꼬마의 자그마한 손이 살포시 겹쳐져 마음을 미어지게 한다. 그런 작은 슬픔을 누구보다 공감하며, 작은 회사를 이끄는 입장으로서 부당하게 책임을 전가하는 호프자동차에 아카마쓰는 맞서기 시작한다. 작은 마음으로 우뚝 서는 법을 소설에서 보여준다.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분명 소설이다. 하지만 2002년에 발생한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의 대형 트럭 타이어 분리에 의하 사상 사건과 리콜 은폐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최근에 흘러나온 도요타자동차 사건과 리콜 사태를 예견했다는 데서 의미심장하다. 사회적인 이슈를 잘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사회상을 잘 파악하고 있다. 또한 현실적이면서도 개성있는 인물을 내세워 이야기를 잘 구성해 나가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개개인의 개인사를 따스하게 비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 또한 헤치지 않고 사건을 잘 이어간다. 소설이지만 다른 무엇의 의미를 더욱 많이 담고 있다. 이 책이 드라마로 각색되었고, 이후 많은 상을 수상한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상세하게 ’사건’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전체적인 사건의 맥락뿐만 아니라 인상깊게 보았던 것은 아카마쓰의 인간적인 면모이다. 그는 아버지가 일궈놓은 회사를 물려받고 그 회사를 온전하게 꾸려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인간적으로 사원을 대했으며, 대기업들이 행하는 부당한 대처에 가만히 만족하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이는 분명 회사의 생사와 연관되었기도 하지만 그의 의지와 좀 더 관련되어 있었다. 그가 좀 더 적극적이고 다부진 마음을 먹지 못했다면 그는 호프자동차라는 대기업으로부터 1억원의 돈을 받고 금세 부당한 권력 구조에 물러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체 자체에 문제가 있으면서도 그를 인정하지 않고 리콜을 은폐하려는 대기업의 태도에 그는 적극적으로 진실을 파헤치려고 한다. 그런 그의 곁에는 진심으로 그를 도우려는 사람이 물론 따랐다. 소설 속에선 간혹 그의 사원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고, 아카마쓰는 사장으로써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있는지에 대한 짧은 에피소드가 종종 보인다. 아카마쓰의 적극적인 행동을 뒤로 그러한 인간적인 면모가 그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뒷받침되고 있었다. 


그런 ’아카마쓰’가 모여 세상에는 종종 진실이 불현듯 쏟아진다. 세상에 톡, 하고 진실이 터트려질때 그에 잘 모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수 없던 사람들도 부당한 권력구조와 진실은폐에 탄식과 함께 한마디씩 보탠다.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그런 세태를 고스란히 잘 담고 있다. 거기다 소소하면서도 세심하게 일상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버무려낸다. 독자로서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갑작스레 엄마를 잃은 여섯 살짜리 꼬마애의 마음과, 작은사람으로서 거대한 사회에 맞서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같다. 오랜만에 세상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는 멋진 소설을 만나 마음이 설렌 동시에 다양한 방향으로 반성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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