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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부크 부인의 초상 ㅣ 샘터 외국소설선 4
제프리 포드 지음, 박슬라 옮김 / 샘터사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또 다른 ’나’를 찾는 긴 여정이 힘겹게 끝이 났다. 그 결말은 세상의 모든 일을 함께 거두어 가겠다는 듯 자신의, 샤르부크 부인의 죽음으로 끝을 맺고 있었다. 자신을 보지 않고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부탁했던 화가 피암보에게도, 늘 자신을 돌보아주고 함께 했던 왓킨에게도, 자신과 관련된 바를 애처롭게 거두고 아무도 기리지 않는 장례식장에서 홀로 생명을 거두었다. 세상에 있을리 없었던 ’쌍둥이’는 결국 뒤틀린 자아로 마무리지었다. 평생을 지킬 앤 하이드 박사처럼 병적인 사고에 갇혀 지킬은 하이드를 하이드는 지킬을, 서로를 쫓을 수 밖에 없는 회로에서 살아 온 무녀, 샤르부크 부인은 끝내 서로를 보듬지 못한채 하나될 수 없는 싸움을 끝냈다. 그를 지켜보고 쫓아오던 사람들은 허탈하게 부인의 죽음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피눈물을 흘리는 여자들과 맞물려 일어나는 명성있던 화가 피암보에게 주어진 황당한 미션에 이 소설에 억지스러운 구석을 너무 많이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꾸준히 피암보의 행적을 따라간 결과 그 모든 것이 저자가 하나의 중심 사건을 두고 의미심장을 잔줄기를 다양하게 펼치고 싶었던 것이었고, 저자는 그 모든 것은 하나도 빠지지 않고 책임감있게 마무리 지었다는 사실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저자가 들려주었던 모든 사건들이 샤르부크 부인의 초상을 넘어 그녀의 죽음으로 귀결되고 있었다. 특이하고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넘어, 독자를 단숨에 휘어잡는 의미심장한 결말을 맺고 있었다. 결국 이는 해결된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분명한 결말이었다.
한창 이름이 알려진 때에 예술가들이 계속해서 자신의 이러한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안할 때 그런 생각의 갈림길을 결정하는 기회를 주듯 샤르부크 부인의 요청이 화가들에게 도착한다. 나를 보지 말고 초상화를 완성하라. 주인공인 화가 피암보는 자신의 예술적 행보를 다시 되찾기 위해 이 비밀스런 제안을 받아들이고 매일 1시간동안 부인의 집에 찾아가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면서 샤르부크 부인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자신의 ’쌍둥이’를 찾아나서기 시작한다. 화가로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고민하고, 배신하듯이 등돌렸던 자신의 스승과의 사건도, 여배우인 사만다와의 관계도 하나하나 자신의 삶의 일부로 조심스레 뒤척인다.
자신이 초라해진 스승을 모른 척한 것처럼 자신의 제자 에드워드에게 무시 당하고 심신이 지친 틈을 타 사만다와의 관계도 소홀해지면서 그는 자신이 지금 걸어가야하는 길이 어떤 것이고, 앞으로 고민해야하는 것들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리고 모두가 ’그녀’, 즉 의문의 초상화 의뢰인 샤르부크 부인처럼 보이는 세상에서 그는 고민의 문을 닫고 결국 너라면 해낼 수 있을 것이라던 스승을 믿음처럼 이 사건을 종결짓는다. 이처럼 또 다른 ’쌍둥이’, 즉, 본질적인 자아를 찾는 과정은 모두가 ’나’처럼 보이는 세상에서 진짜 나를 구별해야 하는 것처럼 고된 과정이었다. 그러다가 샤르부크 부인처럼 뒤틀린 자아를 향해 무한히 나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피암보가 그 길을 걷는 동안 깨달은 어떤 것처럼 이는 의미 없는 행위만은 아니었으며,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 또한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 책은 기막힌 사건을 바탕으로 ’나’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