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 윈터
대프니 캘로테이 지음, 이진 옮김 / 시작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러시아의 추위와 더불어 고전 ’작은 아씨들’을 읽는 마냥 소소한 이야기를 읽었다. 우아한 몸짓으로 관객을 감동시키고 인생을 함께할 동반자를 기쁘게 할 줄 아는 그녀들은 능력있는 발레리나였다. 추위가 그들의 입김을 새하얗게 만들 때, 니나와 베라는 더 하아얀 백조가 되어 관객 앞에 섰다. 그들이 연기자의 마음으로 제 역할과 동화될때면 관객들은 아낌없이 그녀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격려를 해주었다. 둘은, 어린 시절부터 마치 쌍둥이자매마냥 두 손을 꼭 잡고 다니던 소울메이트였다. 나니의 엄마는 현명하게도 나니를 사랑하는 것만큼 베라도 사랑해주었다. 그런 사랑이 모여 둘을 그토록 아름답게 가꾸어 준 듯 했다. 


대프니 캘로테이의 장편소설 <러시안 윈터>는 이제는 늙어버린 유명 발레리나, 나니가 내놓은 호박 세트와 한 종류인 듯한 익명으로 날라온 호박 목걸이의 정체를 파헤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보석에 걸쳐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하나씩 젊은 나니의 이야기가 점차 떠오른다. 과거와 현재로의 섬세한 시선의 교차는 끊임없이 러시안 윈터의 추위를 아련하게 떠오르게 하면서도 독자의 눈길을 붙잡는다. 번역서임에도 작가의 섬세한 감성이 그대로 전달되어 글을 읽어내리는 내내 즐거웠다. 감성적이고 훌륭한 묘사가 가득했다. 평소에 외국문학은 번역되면서 특유의 거북스러운 문체와 세밀한 감성이 전달되지 않아 거리낌이 있었는데, <러시안 윈터>를 읽으면서는 한번도 그러한 거리낌을 느낀 적이 없었다. 오히려 종종 작품의 감성적인 부분에 놀라며 감탄하곤 했다. 언어 대신 세심한 춤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전달해야하는 나니와 베라가 있었기 때문인지. 


좋은 친구들의 자연스럽고 유쾌한 대화가 즐겁게 들려왔다. 나니는 가장 즐거운 동반자인 시인 빅토르를 만났고, 곧이어 오랜 친구였던 베라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베라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거쉬와 발레리나 폴리나, 그의 연인 세르게이까지. 그들이 즐겁게 함께한 나날이 소설의 반을 차지했다. 그 덕분에 내 마음의 반도 그들의 따뜻한 마음으로 물들었다. 그러다가 얼키고 설킨 소설 속의 인물들의 관계가 끝무렵, 마음을 덜컹 흔들었다. 작은 이야기가 마음을 크게 흔드니 소설이 더욱 좋아졌다. 요즘 소설들이 주로 큼직한 이야기로 독자를 금방 홀릴 것 같은 소재를 많이 다루고 있다면,  <러시안 윈터>는 총총 뛰는 소박한 참새마냥 조용히 지켜보니 더욱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나는 앞으로 이런 소설을 더 많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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