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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일 - 미래의 기억
강은일 연주 / Kakao Entertainment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2001년 5월 3일,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이 시상되었다. 소설 부문, 미술 부문 등의 여러 영역 중 국악 부문에서는 해금연주가 강은일씨의 어미니 박옥자님께서 상을 받게 되었다. 단아하게 초록빛 옷을 차려입고 상기된 얼굴로 해금을 연주하는 강은일씨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의 손길따라 들리는 해금소리는 말할 것도 없다. 그녀는 이미 가장 개성 있는 해금 연주자였고, 그에 걸맞는 소리를 뽑아내고 있었다. 딸 덕분에 멋지고 자랑스러운 상을 받게된 어머니의 가슴은 그녀의 연주로 미어졌을 것이 분명하다. 어머니의 마음이 흘리는 눈물소리를 강은일씨는 그대로 연주했을 것이다. 나는 내 어머니가 생각이 났고,
엄마, 나도 자랑스러운 사람이 될게.
정말, 꼭 그러고 싶었다. 나도 내 꿈을 이뤄서 나를 도와준 주윗분들께 보답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강은일씨의 해금소리를 계속 들어오던 팬들은 2집도 만족스럽지만, 1집 앨범이 더 좋았다고 했다. 2집을 먼저 들어보게 된 나는 굉장히 아쉬웠다. 이번 앨범에서 내는 소리도 이토록 마음을 울리는데, 더 좋다는 1집은 못 들어봤으니 어떤 소리들이 담겨 있을까 궁금했다. 평소에 사람의 목소리를 좋아해 가삿말이 담긴 음악만 들어왔었는데, 악기만으로 내는 연주도 이렇게 감명깊고 아름다운 감동이 숨어있을 줄 몰랐다. 해금연주를 중심으로 속삭이듯 다가오는 악기 소리의 어울림은 멀고 낯선 음악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들어 본듯이 친숙한 소리를 내뿜고 있었다. 음악에 관심이 부족한 내게도, 여느 세상일 다 일어나는 인생드라마에도 모두 소리가 잘 어우러질 것 같았다.
슬쩍, 눈이 감길 뻔 했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늘어지게 시간이 즐기던 방학을 뒤로, 개학을 한지 3일만에 복잡해진 머리가 그제서야 편안해졌다. 너무 힘들었다. 작정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개강을 하는 순간 내가 해야할 많은 일들이 쏟아졌다. 준비해야할 것도, 당장해야할 것도 많았다. 그냥, 잠시동안 잊을 수 있었다. 강은일씨는 매력적인 해금 연주를 선보였고, 처음 들어보는 매혹적인 소리에 금세 집중하고 말았다. 해금 소리가 이렇게 여느 악기들과 거리낌없이 어우러진다는 사실에 더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다. 앨범을 듣는 내내 마음이 편안했다.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았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연주였다. 마치 어떤 세계가 펼쳐져 있는 것 같았고, 주인공은 누구든 상관없었다. 그냥 그 세계는 종일, 아름다운 소리가 들리는 곳이었다.
강은일 2집 - 미래의 기억
01. 미래의 기억
02. 하늘소
03. 봄날 1
04. 봄날 2
05. 서커스
06. Mirage
07. 해금과 기타를 위한 세가지 단상 - 눈사람 1
08. 눈사람 2
09. 눈사람 3
10. 환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