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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여인숙 - 어느 섬 여행자의 표류기
이용한 지음 / 링거스그룹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서평을 <물고기 여인숙>에 실린 사진으로 모두 채워버리고 싶었다. 섬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마음을 휘어잡는 사진을 적절히 실어놓았고, 그 중 대개는 해와 바다의 조합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섬의 바다는 비취색을 온연히 품고 있었고, 연한 비취색에서 에메랄드 빛깔로 연이어 흐르는 물의 일렁임은 내 마음까지 꿀렁꿀렁 움직였다. 거기에 태양이 내놓은 붉은 열정으로 바다가 뒤덮으면 그는 더 많은 빛깔을 가지는 존재가 되었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계란 노른자 마냥 모양을 흐트리던 해도, 백색의 하나밖에 없는 빛을 내뿜는 해도 모두 바다와 하나가 되어 있었다. 그런 풍경이 모두, 입을 다물게 해주었다. 그래서 섬이 침묵의 공간이라고 불리나 보다, 생각했다.
올 여름 가기로 했던 긴 여행이 취소되었다. 기차 여행이었다. 여행이라는 이름을 걸고, 한걸음 내딛으면 체인점으로 똑같이 생긴 햄버거집도 마냥 다르게 보일 것 같았다. 들이 마시는 공기도 더 상쾌할 것 같고,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찬 내 머리도 깨끗하게 정화될 것 같았다. 좋은 이야기도 경험한대로 쏟아져 나올 것었다. 순식간에 그 여행이 겨울로 어쩌면 다음 해 여름으로 미뤄진 순간, 많이 아쉬웠다. 그냥 하룻밤을 자고 오는 덜 만족스러운 여행으로 만족해야했다. 내가 사는 곳은 너무 덥기만 했다. 물고기 여인숙을 폈을 때, 그런 마음들이 자연스레 없어졌다. 홀로 뚝뚝 떨어져 있는 물고기들의 쉼터에서 마음은 괜히 즐거워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섬들을 보고 느낀 글과 사진의 빛깔에 나 역시 오롯히 물들 수 밖에 없었다. 섬의 이야기를 전한 <물고기 여인숙>은 소박하지만 진풍경을 담은 책이었다. 누군가는 가장 소중하다던 ’시간’도 섬에는 풍만하게 잠들어있었다.
섬을 뒤따라 소개된 갯벌은 여전히 그만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고, ’길 위의 시인’으로 불리는 시인 이용한씨의 언어로 덧입혀져 더욱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었다.
햇볕에 드러난 갯벌은 빼곡한 숨구멍으로 가득하고, 물결이 만들어놓은 무늬로 아름다우며, 뭍에서 흘러내리는 구불구불한 물길로 어여쁘다. 무언가각 늘 꾸물거리고, 숨쉬고, 먹고 먹히는 삶의 전쟁과 휴식을 동시에 치러내는 날것 그대로의 생명밭, 그게 갯벌이다. <볼음도, 109쪽>
얼마전에 읽은 <아름다운 기다림, 레나테>에서 보았던 이산가족의 슬픔도 볼음도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볼음도 안말에는 몸통을 중심으로 우렁차게 장관을 이루고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 3004호) 한 그루가 있다.
섬사람들은 이 나무가 석모도 보문사 은행나무와 부부 사이라고 말하는 가 하면, 북쪽인 황해도 연백에 암나무가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안말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체로 "역기 있는 게 숫나무고, 저 바다 건너 연백에 있는 게 암나무"라고 말한다. 분단의 현실이 나무마저 이산가족으로 만들어 놓은 셈이다.<111쪽>
우리나라만도 이렇게 아름다우면서도 많은 섬이 있는데, 아직 한 번도 발을 디뎌본 섬이 없어 괜히 꿍한 생각이 들었다. 먼저 사진으로나마 구경한 섬의 공기를 직접 느껴볼 순간이 얼른 오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