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유명한 소설가가 되었나
스티브 헬리 지음, 황소연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점점 픽션이 아닌, 논픽션을 보듯 <나는 어떻게 유명한 소설가가 되었나>를 읽게 되었다. 주인공은 엄청난 비밀이라도 소개해줄 마냥 차근차근 이야기 주머니를 풀기 시작했고, 나는 인내심 있는 청자가 되어 그가 어떻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는지에 대해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야 했다. 그가 작가로서의 명예와 부를 위해 어처구니 없는 작가론을 풀어낼 때마다 힘이 쭉 빠졌다. 주인공은 종종 ’진실’을 담아야한다는 대문호들의 명언에 맞서 베스트셀러 소설을 쓰려면 진실을 버려야 한다고 했는데, 그는 소설에서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도 진실을 찾지 못하는 듯 했다. 작가가 못난 생각을 가진 주인공을 내세워 하려는 말을 전달받기도 전에, 나는 이 ’소설’에 지쳐버리고 말았다. <나는 어떻게 유명한 소설가가 되었나>에는 주인공 피트 타슬로가 솔깃하게 알려줬던 베스트셀러를 쓰는 법칙조차 거진 담지 못한 것 같았다. 


소설에는 위트가 넘쳤다. 주인공은 대체로 독자에게 자신의 무례했던 지난 나날을 들려주면서도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가볍게만 이야기하려는 피트를 보았을 때, 계속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은 사라졌다. 이젠, 좀 더 진실되고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런 그의 이야기를 듣기까지 몇번이고 책을 덮었는지 모른다. 나는 피트가 자신의 이야기를 큼지막하게 열고, 각 장의 끝부분에서 정리를 해줄때야 그가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그제서야 자신의 소설 <회오리바람 장례 클럽>을 출판했고, 작가로서 이따끔의 대우를 받고 있었다.  


차라리, 이 책이 저자 스티브 헬리의 자서전이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인물인 피트 타슬로의 자서전이 아닌. 이 책은 통렬하게 문학과 출판계의 현실의 꼬집고는 있었지만, 책을 쓰는 작가들의 마음을 꼬집지는 못했다. 오히려 많은 작가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방향으로 글이 쓰였다면 더 좋았을 뻔 했다. 작가를 주인공으로 세워놓고 아쉬웠다. 텔레비전 방송 작가로 유명한 스티브 헬리는 이미 작가로서 쓰고싶은 글을 즐겁게 쓰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못난 주인공을 내세웠다는게 아쉬웠다. 전 여자친구의 청첩장을 받고 그 결혼식에 가서 거들먹거리겠다는 이유로 장편 소설을 써낸 피트에게 경의를 표한다. 글은 그렇게 쉽게 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 동기로 장편 소설을 하나 써냈다는 것에 의심이 들었다. 물론 주인공이 소설을 쓰려고 마음 먹고, 집적 소설을 쓰고, 소설이 출간된 그 이후까지 과정을 저자가 유머러스하게 잘 그려냈다는 것은 독자를 끌어들이는 요소로 좋았다. 단지, 작가의 역할을 맡은 주인공이 좀 더 진실한 자세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것에, 저자가 이런 주인공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장편 소설을 써내린 데에 조금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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