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름다운 기다림 레나테 - 북한 유학생을 사랑한 독일 여인이 47년간 보낸 전세계를 울린 감동의 러브레터
유권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동독의 여인과 북한의 남성이 부부가 되었다가, 생이별을 했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똑딱였다. 과거의 독일을 보면 여전히 두 동강나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보였고, 반쪽인 나라의 남과 여가 만난 이야기는 그래서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더구나 이젠 하나가 된 독일의 여성이 아직 반쪽인 나라의 남성을 잊지 못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산가족으로 툭 떨어져 있는 레나테가족의 이야기는 안타까웠다. 47년의 기다림이 그래도, 결실을 맺어서 다행이었다. 2008년 7월 25일, 평양에서 레나테와 두 아들은 벌써 다 늙어버린 남편을 그제야 만난 것이다.
남북한 사이에 선 하나를 두고 떨어진 이산 가족도 참 많다. 나는 그러한 가족들이 상봉하는 모습을 보면서 2%를 공감한채 그들의 눈물을 이해하고 있었다. ’내’ 가족이 아닌 ’남’의 가족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공감한다기 보다는 동정표를 먼저 보냈다. 그런 안타까운 마음이 레나테 가족에게도 전해졌다. 조금 더 먼 이산가족의 이야기였다. 나는 아직도 이산가족에 공감하지 못했다. 가족과 한시도 떨어져 살아본 적이 없는 나는, 그들의 마음을 모른다. 겉으로 독자의 마음으로밖에 레나테의 이야기를 읽지 못한다는 게 조금 안타까웠다. 이산가족의 삶을 살아본 독자에게 레나테의 이야기가 얼마나 뜨겁게 다가올지.
레나테 홍과 홍옥근은 1955년 만났다. 레나테는 독일로 유학 온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지닌 북한 남자인 홍옥근과 사랑에 빠지고, 첫 아이 현철과 둘째 아이 우베를 낳는다. 그러나 첫 아이가 말을 떼기도 전에(둘째 아이는 레나테의 뱃속에나 있을 때), 홍옥근은 북한에 소환된다.(살림을 차린지 1여년만이다!) 그로부터 47년간 둘의 생이별이 시작되었다. 이따끔 전달되던 편지도 언젠가부터 끊기기 시작했다. 현철과 우베는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했다. 그런 가족의 간절한 바람은 현실이 되어 2008년 10일의 여정으로나마 두 손을 꼭 잡을 수 있었다. 세월이 훔쳐간 그들 사이에 뜨거운 감정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금세 되살아난 홍옥근의 독일어 실력처럼 불쑥 살아나기 시작했다.
레나테의 이야기는 정치적 의도를 넘어선 ’사랑’이 주인공인 이야기였다. 곳곳에 심겨진 그들의 마음이 사진을 통해 드러났다. 레나테와 홍옥근 모두 순수한 미소를 간직하고 있었고, 그런 모습이 젊었을 때나 지금이나 모두 똑닮아있었다. 그래서 아름다웠다. 예전에 남편이 해준 결혼반지를 아직도 끼고 있던 레나테가 2008년, 새로운 반지를 손에 끼었을 때 그들의 사랑이 지속되고 있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하지만 그런 순애보 뒤로 레나테 이야기의 마무리는 아직도 제 2의 레나테, 제 3의 레나테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었다. 아직은 슬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