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민음 경장편 3
하재영 지음 / 민음사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신미아는 무언의 주인공이었다. 소문의 중심이 되었으며, 그 소문은 신미아가 생을 마감한 뒤에도 복잡하게 떠돌았다. 아무도 그녀를 위해 해명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소문은 진실을 내비치는 것보다는 부풀려가는 것을 더 좋아하는 듯 했다. 예전에 그녀와 함께 학창시절을 함께 보내며 나름대로 친했던 ’나’조차도 그녀의 자살 소식에 그에 관한 기사를 좀 더 관심있게 볼 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신미아는 결국 세간에 떠돌던 이야기의 일부로 삶을 끝맺었다. 여배우 중에서도 조금 불쌍한 여배우였다. 미숙함이나 다름없는 솔직한 것을 좋아했던 그녀는 전혀 솔직하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답답한 죽음을 맞고 말았다. 


하재영 소설 <스캔들>은 깔끔했다. 우리 시대에 공공연히 일어나는 사건을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집어내고 있었다. 아마 많은 연예인들과, 그런 연에인을 바라보는 우리 모두 공감할 구석이 많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할 수 밖에 없는 타인의 삶에 얼마나 무책임해 지는지 그 적나라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악플도 관심이  있을 때만 남기고, 그 악플에 대한 해결은 금세 내 일이 아닌 양 잊고 마는 무책임한 태도에 연예인들의 상처는 하나씩 늘어간다. 연예계는 어쩌면 그런 수많은 상처를 이겨내야 살 수 있는 독한 세계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나’의 삶도 신미아의 삶과 다를 바 없었는데, 일반인인 ’나’는 친오빠에게조차 그 진실을 털어놓기도 싫고 남이 자신의 이러한 문제를 두고 저울질 하는 것을 싫어 하면서, 신미아는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수백만, 수천만 사람들의 입방아에 떠돌아야한다는 사실이 슬프게 다가왔다. 신미아의 삶은 일반인은 까무라칠만한 하루로 이뤄져 있었다. 

모두, 그녀의 죽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모두, 내 이야기를 하는 세상을 생각해 보았다. 안그래도 타인을 많이 의식하는 편인 나는 너무 무서웠다. 멀리서 내 이름만 들려도 고개가 휙 돌아가는데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칭찬만을 수근거려도 불안할 것 같았다. 더구나 자고 일어나서 무심코 들어간 인터넷에서도 밤새 내 이야기가 떠돌았다면. 


이제까지 많은 연예인들이 자살하는 것을 보았다. 연예인는 죽을 때도 많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라야 했다. 그건 그들의 직업이 대중과 함께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지만, 분명 쉬운 삶을 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대부분의 연예인들도 신미아처럼 우울증을 안고 많이 떠나갔다. 우울증이 마음의 짐이 쌓여 이루어지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연예인들이 그 마음의 짐을 조심스레 덜 수 있는 공간과 시간도 마련되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픈 현실을 만나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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