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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비밀의 공식
알렉스 로비라.프란세스크 미라예스 지음, 박지영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74243167583433.jpg)
동생은 수학과 과학을 중심으로 공부하는 이과생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집어든다면 과학 관련 도서를 많이 집어든다. 내가 고등학생 때 으레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학업에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나 또한 그런 이유로 책을 고른 적이 많다. 내 의지를 다지기 위해 집어들었던 무슨무슨 대학교 성공기와 같은 책이 딱 그런 의도의 ’대장’이고, 스트레스를 쫓는 다고 집어든 베르베르의 소설들이 ’쫄다구’다. 책에 대한 흥미를 느낀다기 보다는 학업에 비해 책은 부수적인 요소에 불과했다. 하루도 바쁜 동생에게 책을 추천하려면 학업에 도움이 될만하면서도 책으로 다시 스트레스 받지 않게 술술 읽히는 책이 필요했다. 인문학을 좋아하는 내가 동생에게 책을 추천하기엔 문과와 이과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너무 컸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궁금해 읽게 되었던 <아인슈타인, 비밀의 공식>은 책에 관심없는 이과생이 읽기에도 적당한 책이었다. 결말의 임팩트가 부족해 조금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 흥미진진한 내용이 연신 이어졌다.
책에서 주인공이 내내 궁금해 하던 것은 작가의 생각의 꼬리나 다름없었다. 주인공은 이것은 왜 이렇게 될지, 저것은 왜 안 풀리는 건지 물음표가 달린 말을 연신 내놓았는데, 이는 작가가 인터뷰에서 내놓은 질문의 꼬리가 꼭 같았다. 작가를 읽어가는 느낌으로 책을 넘길 수 있었다. 책 속 내용은 두명의 작가가 내놓은 생각의 합일점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궁금했던 건 저자가 아인슈타인에 대해 얼마나 연구했고 그를 바탕으로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미스터리를 얼마나 소설로 잘 녹여내었는지 였다. 요점은 아인슈타인이 세상이 놀랄만한 연구를 많이 내놓은 인생의 전반부에 반해, 인생의 후반부에선 왜 이전과 같은 성과가 부족했느냐 였다. 그래서 이어진 물음은, 혹시 원자폭탄 사건이후 후회를 하게 된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연구성과를 더 이상 밝히지 않은게 아닐까, 그 비밀의 공식이 계속 전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물음이었다. 주인공은 자신에게 계속 힌트를 남기고 사라지는 알 수 없는 목소리를 쫓아 비밀의 공식을 찾기 시작한다.
자신이 처음 초대된 그 곳에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네 사람이 있었다. 물리학 박사인 파웰, 지금 아인슈타인의 일곱 가지 비밀에 대한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쓰고 있는 <미스터리> 편집장 옌센, 아인슈타인의 첫 번 째 아내인 밀레바 마리치에 대한 박사 논문을 쓰고 있는 사라 브뤼네트,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집에 살고 있는 집주인 요시무라 교수. 소설을 덮고나서는 주인공인 ’나’와 읽는 독자인 나만 몰랐던 것 같은 그들의 관계를 정리하기 바빴다. 저자가 이들은 모두 한 데 이어놓은 것은 조금 아쉬웠으면서도, 그들이 서로 얽혀 있기에 그만큼이나 아인슈타인을 열정적으로 쫓는 그들의 행동이 모두 이해가 갔다. 하지만 결말이나 다름없는 나와 사라 브뤼네트의 관계를 명쾌하게 끝내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열린 결말이라기 보단, 갑작기 너무 지독한 현실세계를 구경하는 듯 했다. 한순간에 퉁 튕겨나간 표면적인 인간관계처럼, 아인슈타인의 비밀이 밝혀지자 그들의 관계는 악수하는 손마저 무색해질 만큼 어정쩡하게 끝났다.
이 책 덕분에 나는 아인슈타인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자신의 발명에 대해 어떤 고뇌를 지니고 있었는지, 그 사후로 아인슈타인의 삶이 어떻게 이어졌는지에 대해 알고, 또 함께 고민할 수 있었다. 소설을 재미나게 읽으면서도 유명한 과학자의 생애를 알아갈 수 있어 마음이 즐거웠다. 그래서 동생에게 추천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