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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외에는 ㅣ 머독 미스터리 1
모린 제닝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피시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다 읽고나서, 이 책이 시리즈물이라는 것을 문득 깨닫고는 다행의 한숨을 되쉬었다. 사건을 추적해가는 발자취도 그렇고, 명확한 인물 설정이라던가 시대적 배경 묘사는 훌륭했지만 정작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머독’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파헤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머독이라는 인물이 언급되기는 했지만, 그에게는 형사다운 기민함이 느껴지기 보다는 그저 사건을 전달해주는 서술자라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머독’이라는 이름이 쓰인 것이 조금 무색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머독 미스터리가 6권이나 되는 시리즈물이라는 걸 알았을 때 말그대로 탁 무릎을 치게 되었다. 앞으로 있을 미스터리를 전하는 머독의 개성이 차차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아직 국내에는 머독 미스터리가(방송 방영을 제외한) 1권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차차 머독만이 지닌 해박한 과학지식과 그의 직감으로 사건이 속시원하게 해결되는 모습이 국내에도 차츰 소개될 것이다. 1편을 재미나게 읽은 독자로서 2편, 3편 등 앞으로의 이야기에 많은 기대가 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에 보았던 것은 시대적 배경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여타 다른 미스터리물 소설을 보았을 때 대개 추리에 치중하느라, 시대적 배경을 소홀하게 다룬 경우를 많이 보았다. 아니면 ’현대’를 배경으로 놓았다며, 아무런 시대적 요소를 묘사하지 않은 소설도 아쉬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혹 우리나라의 소설이 아닌 경우에는 다른 그 나라만의 정서와 배경을 서술해놓지도 않고 독자가 알아서 이해하길 바라는 소설도 많았다. 그런 아쉬움들이 머독 미스터리1 <죽음 이외에는>에서는 잘 무마되었다. <죽음 이외에는>에서는 1895년 캐나다 토론토를 배경으로 하여 그 시대의 계급적 현실을 잘 묘사해놓았는데, 그 이야기는 추운 겨울 어린 소녀가 발가벗고 꽁꽁 언 시체로 발견됨으로부터 시작한다. 번갈아 가며 얼굴을 알 수 없는 이들의 불안함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이야기가 소개되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소녀의 옷이 벗겨짐과 동시에 그 소녀가 죽기 직전에 느낀 불안함이 교차되면서 독자는 알음알음 머독 미스터리와 함께하기 시작한다.
머독의 미스터리의 전면을 보여주기 위해 여저를 쉴틈없이 뛰어다닌다. 그 곳에서 만난 인물에서 시대적 배경하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모습을 톡톡히 볼 수 있다. 불편한 계급적 지배하에 놓인 진실을 맞보기도 하고, 완벽한 듯 하면서도 금방 깨어질 유리잔처럼 놓인 가족의 모습도 놓여 있다. 외국인을 하대하는 당대의 모습도 드러나며, 정치인의 두 얼굴도 아쉽게 보였다. 당대의 모습을 잘 드러내놓았지만, 그 사이에 놓인 불편한 우리나라의 모습도 곳곳에 눈에 띄는 듯 했다. 비극적 죽음을 맞는 한 소녀가 사실은 한 집안의 하인이고, 임신을 당하고 아편이 주입된채 추운 겨울에 동사하여 죽게 됨으로써 그 불편한 진실이 시각화되어 드러난다. 다수의 사람들이 권력으로 뱉은 고함을 뒤로 안타깝다는 듯이 형식적인 말을 꺼냈을 때, 속이 꽤 거북해지더라. 실제 사건을 전해듣는 듯한 머독 미스터리를 읽으면서, (계속 이 책을 읽는다면 명탕점 코난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거라는 우스개 마음도 들면서) 익숙하지 않은 당대의 배경에도 부담없이 사건을 읽을 수 있었다는 점에 다음 권을 자꾸만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