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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 할인행사
로만 폴란스키 감독, 벤 킹슬리 외 출연 / 팬텀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어린 날 올리버를 보았을 때는 이렇게 생각했다. 연민이 들었고, 올리버가 드디어 잘 되었을 때는 조금 부러웠다. 어쩌면 올리버와 같은 삶을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 때 만화로 된 올리버 트위스트를 가장 먼저 접했는데, 그 만화에서는 올리버의 선한 품성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찰스 디킨스의 명작의 스토리성은 무엇보다 잘 담겨 있었던 것 같았다. 오늘 영화에서 본 올리버 역시 꼭 같이 행동하고 있었으니깐.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생각하니 내가 올리버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은 정작 원작인 책에서의 모습이었다. 곧 책을 보면서는 영화에서는 볼 수 있었던 올리버의 선한 표정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 올리버는 무척 착했다. 그러나 올리버가 놓인 상황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올리버는 부모가 없는 고아였고, 그는 개나 고양이가 팔리듯이 여기저기 넘겨지곤 했다. 그 속엔 도둑 소굴과 같은 벗어나기 힘든 곳도 있었다. 그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곳은 찾기 힘들었고 대개 낡은 옷을 입고 온 몸이 새까만 올리버를 문전박대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올리버는 바른 마음씨와 선한 눈망울을 잃지 않고 있었다. 보통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하면 그 사랑에 보답하는 법을 알지 못하는 법이 대다수 일텐데도 올리버는 그렇지 않았다. 나쁜 상황 속에서도 바른 생각을 할 줄 알았고, 살아남기 위해 행해야했던 나쁜 일에도 쉽게 동화되지 못했다. 달리 말하면, 올리버는 여린 아이였다.
나는 올리버의 그런 마음씨가 좋았다. 어쩌면 현실성이 없다고도 할지도 모르지만, 도둑 소굴에서도 나쁜 일에는 무섭게 눈을 부라릴 줄 아는 올리버는 모든 사람들이 꼭 지녔으면 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소년이었다. 그래서 그 여린 몸에서 얼토당토않게 오해를 사게 되는 상황에 놓이자 소리를 버럭 질렀고, 자신의 어머니를 무작정 욕해대는 녀석을 향해 주먹을 내뻗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올리버에게 사랑을 가르쳐주고 아낌없이 나누어줄 가족이 나타난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나는 더 이상 올리버가 힘들 때 불쌍하게 여기고, 고급 음식을 먹으며 고급 침대에 누워있을 때 부럽다는 단순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냥 올리버가 이제는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사람들의 심리를 속속들이 파고든 찰스 디킨스의 글은 괜히 명작이 아니었다. 소설을 잠시 옮겨온 것처럼 담아낸 영화 역시 명작을 잇고 있었다.
아마 올리버의 이야기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 올리버의 마음씨 또한 그대도 새록새록 전해 온 걸지도 모른다. 나는 올리버의 이야기를 보았고, 그 마음씨를 그대로 전달받았다. 우중충한 뒷골목의 모습은 익숙치 않았고, 우리와 다른 옷을 입은 서양의 이야기도 사실은 낯설었다. 그 중에 더이상 낯설지 않은 것이 우리나라의 어린이처럼 순수한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올리버의 얼굴이었다. 영원히 늙지 않는 어린왕자의 모습처럼 올리버 역시 그렇게 남아 앞으로도 세계의 많은 아이들에게 자신이 받은 사랑을 전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