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고양이 우리 시대 우리 삶 2
황인숙 지음, 이정학 그림 / 이숲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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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고양이가 보였다. 생각보다 길거리에는 고양이들이 많이 떠돌고 있었다. 주택가에 살아서 그런지 이따금 눈을 돌리면 마주치는 고양이들이 강렬한 레이저빔을 쏘는 듯이 나를 쏘아보았다. 그네들은 내가 눈을 거두기 전에는 절대 먼저 눈을 돌리는 일이 없었다. 따뜻한 시선이 아닌 저리가, 하고 숨어있던 내 마음이 들킨 것처럼, 고양이들은 따사로운 시선을 보냈다. 내가 그들을 경계하니깐, 그들도 성심껏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우리 동네의 ’네로’나 이름도 없는 각양색색의 고양이들에게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얼마전에 고양이 가족을 보았다. 우리 집은 3층인데, 옆 집은 2층이라 옆 집 옥상이 훤히 보였다. 그런데 그 곳에 집주인 허락도 없이 고양이가 살금살금 들어섰다. 그런데, 얼씨구? 그 고양이 뒤로 그 고양이를 똑닮은 작은 새끼들이 살그머니 따르는 것이었다. 한 마리, 두 마리, ..., 모두 다섯 마리나 되었다. 더위에 지쳐 축 늘어진 어미를 둘러싼 다섯 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애처롭게 울어댔다. 고양이에 익숙하지 않은 내가 한 행동이라고는 휴대폰을 꺼내들고 왜 이렇게 줌기능이 떨어지냐며 자세하게 찍히지 않는 고양이 사진을 보며 투덜대는 일이었다. 그 동안도 미약하게 고양이 소리가 돌림노래처럼 울렸다. 미야오오오옹.

 

 

그 고양이들은 순식간에 자랐다. 하나도 귀엽지 않았다. 냄새나게 똥만 여기저기에 싸댔다. 어느 날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는데, 자기들이 스스로 도망쳤는지 주인이 쫓아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자그맣게 자신의 존재를 울어대던 고양이들은 또다시 길고양이가 되어 여기저기에 흩어졌다. 만약 작가의 집과 우리집이 조금만 더 가까웠다면 어쩌면 작가는 내가 자라는 모습을 모두 보아온 그 고양이를 보고 애처롭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고양이한테 그렇게 호의적인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니 지금도. 작가가 바라본 고양이들은 모두 ’친구’ 같았다. 그렇게 조용하고 애교있는 녀석들이 없었다. 얼마전에 본 웹툰 ’어서와’에서도 사람으로 변신하는 고양이를 보았다. 여기저기에 있는 고양이 이야기가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소소한 작가의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다. 내가 무관심했기에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소소하게 다가오니 더욱 친근했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이젠 작가의 일상적인 이야기들도 고양이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앞발을 귀엽게 문지르는 고양이의 표정이 보이는 듯했다. 곳곳에 깔려있는 주황색의 일러스트들이 내 마음도 따뜻하게 물들였다. 시인의 이야기들은 모두 깔끔하면서도 미소를 지을 정도의 가벼운 웃음을 건네주고 갔는데, 그래서 더욱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모두 시인인 작가가 담백한 언어로 내 놓은 노을지는 저녁에 조심스레 귀가한 따뜻한 마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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