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형아 (2disc)
임태형 감독, 배종옥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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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화를 볼 때처럼 <안녕, 형아>를 다시 떠올리려는 지금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새치름하게 괜찮은 척을 하려고 해도 눈이 알아서 무거워진다. 금방 마음의 무게와 연결된다. 연이어 엄마들이 숨죽여 눈물을 흘리는 곳이 되어버린 병원 화장실의 삭막한 눈물이 떠오른다. 병원 세면대는 물이 가득차 있는데, 그게 그 곳 엄마들이 우는 법이란다. 아픈 아이 앞에서 울지 말라는 법은 누가 만들었는지, 하며 엄마의 눈물은 세면대에 받아놓은 물 속으로 고개를 박는다. 얼굴도 안 붓고 울었다는 티도 안 나게 울 수 있는 방법을 나누는 그 곳은 어느 병동의 자그마한 화장실이었다. 



그 곳에서 아프지도 않고 말썽꾸러기이기만한 장한이(박지빈)는 머리 속에 나쁜 혹이 생겨버린 형과 형의 옆침대를 쓰는 욱이를 이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병으로 더욱 의젓해져버린 것만 같은 형은 제가 형 아프지 말라고 준 유희왕 카드를 욱이에게 줘버린다. 그 카드를 들고 있는 욱이를 보고 한이는 자신의 마음만큼 주먹을 내밀어버린다. 잠깐 건들기만 했는데도 코피를 흘리는 욱이를 보고 한이는 차츰 제 또래의 '친구'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형아처럼, 욱이도 많이 아팠다. 싸우는 것이 아니라 더 잘 지내야하는 친구였다.



그런 한이의 얼굴과 엄마들의 마음이 겹쳐온다. 
     "삼 년 동안 병원비 댄다고 한 번도 제대로 못 놀아줬어요."
욱이는 위급했다. 지빈은 그런 욱이를 위해 옥동자를 데려온다. 세상에서 제일 웃긴 개그맨이 되고 싶다던 욱이를 위한 선물이었다. 옥동자를 보고 욱이가 살아나면 좋을 것 같았다. 다행히 욱이는 위급한 상황에서 눈을 뜬다. 그리고 옥동자와도 신나게 놀 수 있게 된다. 옥동자가 와서 신나는 파티 공간이 되어버린 병원의 한 공간은 그리도 재미난데, 나는 자꾸 눈물만 나왔다. 욱이의 얼굴엔 미소가 퍼지는데, 눈물만 나왔다. 누군가의 마음처럼 함께 가슴이 미어졌다. 



형아는 수술에 들어가고, 욱이는 자꾸만 위독해진다. 형아는 눈도 못뜨고 욱이는 간신히 뜬 눈으로 형을 바라본다. 나는 한이의 형이 죽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예상 못한 눈물이 더 슬프게 떨어졌다. 안녕, 형아. 한이가 내뱉은 말이 아니었다. 모두가 살아날 줄 알았던 병동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죽음이 도사렸다. 



눈물만 하루종일 쏟던 차에 세상의 죽음이 훌쩍 가까이 느껴졌다. 점점 난치병이 나와 가까워진다. 이 영화뿐만아니라 백혈병으로 딸아이를 잃은 내용을 담은 <울지마 죽지마 사랑해>, 그 책 이야기를 했더니 같은 병에 걸렸다가 다행히 지금은 괜찮은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던 친구의 이야기가 함께 내 귀를 맴돌았다. 가까이 있는 그 사람들의 일과 무관하게 사는 나는 얼마나 태평한지. 가까이 있는 그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지, 다시금 진정어린 눈물을 흘릴 수 있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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