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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조용호 지음 / 문이당 / 2010년 7월
평점 :
처음에 작가가 남긴 문구를 보며, '생에 감사드리며'는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궁금했다. 소설도 노래를 따라가던 승미의 아내인 '연우'를 쫓아가는 방향으로 전개가 되는데, 작가의 문구 역시 그래야했다. 연우의 행방도, 문구의 뜻도 모두 모호했다. 그래서 나는 작가가 남긴 두 가지 방향을 따라 소설을 읽어야 했다. 이는 괜스레 조용호 작가가 내게 내린 특별 임무와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마음이 떨려왔다. 얼마 안 있어 책의 앞머리에서 '생에 감사드리며'의 정체를 알았을 때 나는 이제 소설 속 주인공들과 같이 연우의 행방만 쫓아도 된다는 사실에 괜히 마음 한 켠이 가벼워졌다. 어쩌면 앞선 마음떨림이 설렘과 함께 동반한 부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독자로서는 한없이 여린 존재에 불과했기에, '생에 감사드리며(Gracias a la vida)'가 남미의 새로운 노래 운동 '누에바 칸시온'의 씨앗을 뿌린 대모라는 칠레 가수 비올레타 파라(Violeta Parra, 1917~1967)가 죽기 전 직접 작사 작곡해서 남긴 마지막 노래라는걸 알았을 때, 무척이나 반가웠다.
연우는 말했다.
'나'에게 자신의 비망록을 보내면서 이러한 흔적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잘 모르지만, 비올레타 파라의 노래처럼 나도 삶에 감사드린다고.
'나'와 승미는 홀연한 그의 모습을 쫓아 앞으로 나아갔다. 둘은 그의 어린시절부터 최근의 모습까지 담긴 비망록의 흔적을 쫓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소설의 배경은 연우가 남긴 발자취에 따라 달라졌다. 그가 방문했던 성당부터, 그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고향과 다른 여인 '선화'를 쫓은 칠레의 산티아고, 발파라이소까지. 부인인 '승미'가 아직도 사랑하는 남편 '연우'를 찾아가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처절했다. 그녀는 그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발견할때면 불안해하면서도 소스라치게 반가워했고, 그러다가 결국 그를 못찾게 되어도 그녀는 그가 있을지 없을지도 정확하게 모르는 타지를 과감하게 향하기도 했다. 그녀의 뒤에 든든한 버팀목처럼 '나'가 있었다. '나'는 연우보다 승미를 더 먼저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영원한 구원투수'에 그칠 수 밖에 없었다. 마음 한 켠이 아려왔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승미와 연우 사이를 인정했고, 그네들의 음악이 잘 어우러지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는 그녀를 돕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또, 승미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그에게 연우는 또한 소중하면서도 특이한 존재이기도 했다. 그래서 둘은 함께 그가 보내온 비망록을 따라 그를 찾는 길을 나서게 되었다.
작가의 글은 결국 노래에서 노래로 그쳤다. '생에 감사드리며(Gracias a la vida)'에서 시작하여 소설의 제목인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Guitarra, Dimelo Tu)'로 그친다. 나는 소설속에서 연이어 등장하는 노래들이 연우의 이야기인지, '나'의 이야기인지 내내 구별이 가지 않았다. 그냥, 연우의 이야기인 것 같기도 했고 '나'의 이야기인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노래로 대표되는 그들의 이야기에서 노래는 그들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을 수도 있다. 소설은 모두의 마음도 완벽하게 채워지지 못한채, 온전히 노래의 흐름으로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