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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 - 윤판사가 보내는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
윤재윤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때때로 정기 간행물인 ‘좋은 생각’을 보았다. 자그마한 책은 미용실이나 편의점 등 내 눈이 닿는 곳곳에 있었는데, 어린 내가 긴 시간 동안 머리를 해야 할 때 나를 짤막하게 웃겨준 책 중 하나가 ‘좋은 생각‘이었다. 이 책에는 작은 내가 보기에도 이것저것 우습고 마음이 따스해질만한 글들이 많았다. 지난 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슬금슬금 지루한 시간을 소중히 훔쳐가던 책이 바로 ’좋은 생각’이었다. 그 책은 사람 냄새를 틈틈이 풍겼고 종종 ‘좋은 생각‘에 나만의 에피소드도 언젠가 보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물론 아직은 생각으로만 남았지만.
서툴든 말든, ‘좋은 생각’에 담긴 글들은 모두 소중한 글이었다. 자신만의 이야기에 진심이 더해져 담겨있었기에 더욱 소중했다. 그러한 소소한 이야기는 누군가의 공감을 사기도 했고 낯선 이질감에 눈을 휘둥그레하게 뜨이게도 했다. 연민의 정을 지면을 넘어 건네기도 했고, 박수를 함께 받아가기도 했다. 그러니깐 희노애락이 담긴 소소한 들꽃들의 이야기였다. 그런 책에 연재 및 기고 활동을 한 윤재윤 판사는 자신의 ‘좋은 생각’을 묶어 책을 내었다. 그 책이 바로 ‘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였다.
어머니가 이 책을 먼저 읽었다. 그리고는 내내 이 책을 가지고 다니느라 나는 한동안 이 책을 볼 수 없었다. 평소 그렇게 책을 많이 읽지 않으시던 어머니였는데, 이 책을 손에 꼭 쥐고는 너무 좋은 책이라며 내게 작고 따뜻한 말을 틈틈이 건네곤 했다. 아버지도, 너도 모두 읽으면 좋겠다면서. 이 책은 윤재윤 판사가 현장 법정에서 사람들과 울음과 역정을 맞닿음으로써 찾아낸 삶의 해답을 모아놓은 책이다. 윤재윤 판사는 법정을 통해 사람들의 안타까운 모습도, 진실 된 모습도, 가장 아름다운 모습도 많이 본 사람이었다. 또한 그러한 감정을 가장 깊이 있게 느낄 줄 알고 본디 바르게 성찰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경험과 내재된 지식을 엮어 마음이 아름답게 사는 법을 너무나 재치 있게 건네고 있었다. 그의 글은 한 장 반쪽이 전하는 정말 ‘글’이라고 할 수 있는 글들이었는데, 하나하나 따르고 싶은 문구가 너무 좋았다.
유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는’ 것이다.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방식을 바꾸어 현실을 극복함으로써 웃을 수 있는 내적 자유를 갖는 것이다. (20쪽)
10분이 주는 자유. (...) 이 넉넉함에는 효율성이라는 개념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존재할 줄 모르고 끝없이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애쓰는 우리의 모습이 딱할 뿐이다. (68쪽)
또한 그는 최상품의 인생 지도를 얻는 방법을 솔깃하게 일러주기도 했다. 사람은 스스로 보다 나은 인생의 지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첫째는 좋은 사람을 사귀는 것이고 둘째는 책과의 만남을 권유한다. 필자의 대학교 4학년 시절, 가정환경이 어려워 책을 통해서 얻었던 마음의 치유를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셋째는 신앙의 힘인데, 나는 이 중 두 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바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사람들은 더 많이 만나고 싶지만, 이미 좋은 사람들을 어느 정도 만나왔고, 2010년 들어 취미를 당당하게 ‘독서’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진정으로 책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예전에는 책을 좋아했을 뿐, 책을 읽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이렇게 책을 통해 ‘얻는 것’을 느낄 수 있어 너무 좋다.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솔직한 대화를 이끌어 낸다는 강점도 있었다.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책이었다. 그의 이야기가 배움으로 혹은 반성으로 혹은 공감으로 이끌어 질 때면, 나는 나만의 에피소드를 어김없이 떠올리곤 했다. 거기다 해답까지 진솔하게 제시해 놓았으니 내 이야기를 안 꺼내어 놓을 이유가 없었다. 윤재윤 판사는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주절주절 꺼내어 놓는다. 그런 그의 이야기는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 좋은 책을 만나서 나는, 지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