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권으로 읽는 삼국지
장연 편역, 김협중 그림 / 김영사 / 2010년 6월
평점 :
한움큼, 졸음이 쏟아졌다. 오랜만에 아주 긴 시간을 허덕이며 걸었다. 무엇에 허덕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노심초사한 시간이 꽤 길었던 것만은 분명했다. 나는 삼국지의 세월의 무게에 덜컥 지쳐버렸다. 간만에 만난 아주 긴 이야기였다. 그러한 시간은 세대의 영웅들이 하나씩 죽어가면서 더 크게 다가왔다. 조조가 죽고, 관우가 죽고, 장비가 죽고, 유비 그리고 제갈량까지 죽자 내게 삼국지는 위태로운 존재가 되었다. 삼국지는 끝이 났는데도 자꾸만 흘러가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삼국지가 더욱 삼국지답게 다가왔다.
보통 위인전은 한 위인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다루고, 끝으로 그가 일생을 살아오면서 일구었던 업적과 의의를 높이면서 끝이난다. 그리곤 여운을 남기고 한참 생각할 시간을 준다. 중국의 영웅의 일대기를 다룬 삼국지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유비, 관우, 장비와 조조와 손권의 숨막히는 영웅전쟁으로 끝나는 '위인'들의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삼국지는 그들이 죽고도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난세가 도래했고, 난세를 맞아 태어난 영웅들의 '시대'가 중심이지, 단지 유비의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왕과 황제가, 믿음과 배신으로 난무하는 세상이었다. '삼국지'에선 소위 말하는 태평성대를 엿볼 수 없었다. 땅덩이가 큰만큼 더욱 어지러운 세계였다.
이 때의 세계는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난세의 영웅은 행동이 바르고 생각도 크게 하였다. 그래서 차근차근 자신의 세상을 넓혀갔다. 그러한 세상이 모여 한 나라가 되었다. 바야흐로 조조가 왕으로 있는 위나라와, 유비가 왕으로 있는 촉나라, 마지막으로 손권이 왕으로 자리매김한 오나라로 나뉘었다. 그들의 전쟁은 인재싸움이 되어버렸다. 한 명의 소중한 인재는 다른 나라에 백 명보다 더 강력한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고 수백 걸음을 오가야 하는 땅도 순식간에 차지하였다. 대표적인 인물로 유비가 삼고초려하여 맞이한 제갈량을 들 수 있다.
이 책은 '한권으로 줄인' 삼국지여서 그런지, 평소에 많이 보았던 핵심적인 삼국지의 에피소드가 잘 소개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에피소드가 삼국지에 무던히 나타나는 한줄의 명언이나 사자성어로 소개되고, 한 장마다 부록처럼 마련된 '삼국지 깊이 읽기'는 쉬이 놓칠 수 있는 소설의 큰 흐름을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잘 짚어주었다. 필자가 머리말에서 이 책을 일반인만이 아니라 특히 청소년을 위해 엮었다고 말하였는데 정말, 학업에 지쳐 시간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유익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의 긴 삼국지는 너무 길어 모두 읽지 못하고 지치기 쉬운데 이 책은 일단 삼국지의 내용을 끝까지 쉬이 접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었다. 또한 초반의 인물 소개로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흥미진진하게 쓰인 책을 읽고(지치지 않고 금세 읽을 수 있었다.), 또 이 책을 통해 생각할 수 있는 여러가지 사고의 길잡이를 따를 수 있다는 점이 유익한 통로였다. 세상의 많은 일에 한 발자욱 접해있는 삼국지를 무던히도 발견할 수 있었다. 곳곳에 배치된 그림 또한 이 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 하나의 요인이었다. 그래서 나는 얼른 일주일동안 간신히 쉬고 있는 고등학교 2학년 동생에게 그리고 간간히 읽을 책을 찾으시던 어머니께 이 책을 건넬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