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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여섯 남녀가 북유럽에 갔다 -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여섯 남녀의 북유럽 캠핑카 여행기
배재문 글 사진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처음 만난 일곱 남녀가 북유럽에 갔다. 북유럽은 생각보다 많이 소소한 곳이였다. 화려한 도심의 느낌보다는 고요하고 소박하고 때로는 낭만적이었고, 무엇보다 경관이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니깐, 운치있는 여행을 떠나기에 딱 적합한 곳이었다. 지금 훌쩍 떠나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거기다 처음 보는 일곱 남녀에게 어색함을 풀어줄만큼 여행의 정서를 풍긴 캠핑카는 그들의 기분을 더 설레게 만들었다. 눈빛으로서, 말로서 가볍게 주고 받는 제스쳐 하나하나가 추억으로 남을만큼.
거기서 나는 떠돌이 유령이였다. 쉿. 내가 그들의 캠핑카에 무단 합숙을 했다는 것은 그들에게 비밀이다. 그들은 내게 단지 책 속의 인물에 불과하므로, 이 사실을 전혀 모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B군이 여러모로 준비한 이 여행에 동참한 것만은 틀림없다. 이따끔 그들의 수많은 추억 사진에 내 모습이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진기는 대체로 솔직한 편이니깐. 나는 대체로 그들과 다른 길을 걷곤 했는데, 이동시에는 반드시 그들의 캠핑카로 돌아오곤 했다. 그러니깐 함께 떠났지만 그들 모르게 나만의 여행을 준비하고 있던 것이다. 반장난 반진심. 그만큼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꽤 매력적이었다.
이런 매력적인 여행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꽤나 큰 난관을 뛰어 넘기도 했다. 그 이유는 모두가 잘 모르는 사이이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었다. 처음 정해진 멤버 중 일부는 갑작스럽게 여행을 취소했고, 여행 중 얼마간은 소소한 차이로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돈과 관련된 문제도 있었고, 시차를 잘못 계산에 비행기를 노친 적도 있었다. 누군가는 일정보다 먼저 떠나야 되어 아쉬운 점도 있었다. 물론, 뒤이은 뒷풀이에서 다시 함께가 되었지만. 서로의 관심사도 달랐고, 이제까지 살았던 인생 굴곡도 모두 달랐을 것이다. 이처럼 낯선 사람들과의 여행은 양면의 두근거림을 지닐 수 밖에 없다. 기대의 두근거림과 삐걱이는 두근거림.
감히 그들의 여행을 평가하자면 나는 89점의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사실 처음에는 위와 같은 일도 꽤 있었지만, 한달 사이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에겐 추억처럼 진땀흘리는 기억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동 중에는 함께 게임도 하고, 맛난 요리도 만들어 먹었으며, 개인플레이로 저만의 구경을 하기도 했다. 또한 각자의 성격도 천차만별이어서 그들의 경험은 오만갈래로 나뉘어져 나는 각자에겐 정말 멋진 여행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 역시 낯선 사람과의 여행이여서 그런지, 그들은 생각보다 꽤 화합하지는 못했다. 비록 함께 떠들고 웃을 때가 많았지만, 대체로 S와 C군이 죽이 잘 맞았고, 나머지는 또 다르기도 같기도 했다.
물론 나 역시 여행도서를 그리 많이 읽은 편은 아니지만, 이번 도서처럼 왁자지껄한 여행기는 또 처음이었다. 사람 냄새가 그림으로만 맞아야 되는 여행에서 활력소가 되어 나역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북유럽 여행에의 새로운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그들이 저마다 남긴 팁과 에피소드는 틈틈히 우스웠고, 그래서인지 그들의 여행은 내내 웃는 얼굴로 마무리 되었다. 여행이 만들어낸 그들만의 우정은 내내 볕이 잘 들기만 했다. 나중에 훌쩍 홀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이처럼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꽤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들이 함께 일구어낸 큼지막한 책은 내게도 소중한 경험으로 자리잡았다. 멋진 '추억'이란 이름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