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작 1 - 천하를 취하게 할 막걸리가 온다!
이종규 지음, 김용회 그림, 허시명 감수 / 북폴리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 막걸리를 마주했다. 대작(對酌), 마주 대하여 술을 마신다는 의미의 제목이였다. 실제로도 책 속의 주인공은 매일매일 누군가와 마주 앉아 술을 마시는 게 일상일 정도로 애주가를 넘어선 소위 '개망나니'이다. 늙은 할머니를 두고, 매일 밤마다 술만 퍼마시기 때문에 남들이 보기엔 소위 불효자식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세 사람이 등장하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방금 말한 그 주인공이다. 주인공의 할머니는 조문난 가양주 제조사인데, 늘 그녀만의 손맛으로 이미 입소문이 퍼진 막걸리를 무엇보다 맛깔나게 만들어낸다.
두번째 애주가인 강명민은 여기저기서 소문난 술을 안 먹고는 못베기는 유쾌한 기자이다. 전국 방방곡곡의 술만드는 사람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을 취재한다. 소문을 듣고 찾아가 태호네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세번째 애주가는 청순의 대명사인 톱스타 한보미다. 방송이나 언론 상에서는 술이 약해, 술이 필요한 촬영에서는 겨우내 촬영을 끝내고 실신까지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실상은 엄청난 술고래로 후에 주인공 태호의 할머니가 빚을 술을 맛보고는 몰래 탈출까지 해서 그 술을 꿀꺽꿀꺽 마셔낸다.
나는 평소에 술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목이 칼칼한 지금, 태호네 할머니의 막걸리를 맛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그만큼 '대작'은 매혹적이었다. 정말 누구나 좋아할만한 할머니표 막걸리를 만들어 내더니, 모자라서 못 파는 할머니표 막걸리를 계속 들이민다. 우리 막걸리의 매력을 정말 제대로 짚어 놓았다.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술술 책장을 넘기다가, 우리 술인 막걸리에 폭 빠지도록 한 것에 있다. 거기다가, 곳곳에 빼곡히 적힌 글을 보고 놀랐다. 만화책 아니었나? 막걸리, 탁주, 동동주, 누룩이 무엇인가, 어떤 막걸리가 좋은 막걸리인지, 어떻게 만드는지, 막걸리의 국가적 가치라던가, 마지막으로 그 참맛에 대해까지 만화로 다 표현해내지 못한 막걸리의 매력을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한 챕터마다 부록쯤으로 달린 설명이라 만화를 읽는 도중인데도 도무지 꺼림칙하거나 갑자기 큰 돌멩이를 받은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 도리어 막걸리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알고 이 책을 읽을 수 있어 더욱 재미났다.
순간, 태호와 명민과 보미가 만나면 어떤 장관을 이룰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주가 셋이 모였으니 죽이 맞아, 술이 마구 오갈지도 모른다. 의외로 보미와 태호가 먼저 서로 대화를 건네고, 명민은 그들의 보며 지금 마시는 술에 대해 분석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술이 오가서 즐거운 자리일 텐데, 나 좀 끼워주면 안되나. 대작은, 즐거워 취하게 하는 승리한 월드컵 경기처럼 놀라운 효과를 지닌다. 그렇지만 치맥 대신 파전 곁들여 당신멋져(당당하게 살자, 신바람 나게 살자, 멋지게 살자, 져주고 살자)(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