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수업
아니샤 라카니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바로 이 곳, 학교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태거트 양의 하루는 나로서는 말도 안되, 라고 할만큼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교사가 이런 갈등도 할 수 있다니. 우리 나라에선 꿈도 못 꿀만한 일이었다. 비록 내가 잘 모르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삶은, 고민은 꽤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애나 태거트는 컬럼비아 대학을 나와 열정적인 새내기 선생님이 되어 뉴욕 맨해튼의 사립학교, 랭던홀의 아이들의 가르치게 되었다. 그리고, 비밀스럽게 아이비리그 출신 슈퍼 가정교사가 되어 말도 안되는 돈을 지급받고 다른 학교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교사의 사명으로 말이다.

 

소설의 거진 끝자락에서도 애나는 그 엄청난 유혹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비록 과외해주는 아이의 과제를 대신해주고, 그런 아이들의 부모님을 상대하는 게 꽤 고달프긴 하지만, 몇 시간만 일하면 수많은 명품 가방이니 옷 따위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유혹의 늪에 풍덩 빠져버린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애나의 고민은 한층 가중된다. 내가 정말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샤 라카니의 <화려한 수업>의 매력은 여기서 시작된다. 바로 애나의 고민에서 말이다. 분명 애나의 고민은 쉽사리 결정내릴 수 없는 솔직한 선택의 기로에서 이 책을 읽는 많은 예비교사와 현직교사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것이다.

 

랭던홀은 분명 겉으로는 '명문'임에 틀림없지만, 독자가 보기에는 골때리는 학교이다. 학부모들은 바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조금만이라도 많은 숙제를 내는 선생에게는 바로 전화를 걸고, 심지어는 단체로 싸인까지하여 명확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우리는 전혀 아이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이 교사에게 불만이 많습니다, 라고. 또, 가정교사가 대신 숙제를 할 수 없는 학교에서 치르는 과제에 대해서는 다시 전화 한통으로 대신한다. 두 번 말하기도 싫다는 듯이, 빽! 이런 학교에서 애나 역시 열심히 수업을 준비할수록 수많은 질타를 받고, 슬렁 슬렁 랭던홀의 대충 정신에 따라 수업을 하기 시작하자 최고의 인기쟁이에다, 인정받는 선생이 되는 아이러니를 겪는다. 무슨 놈의 학교가!

 

하지만, 나는 이러한 모습의 학교가 단지 '랭던홀'의 문제만의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부모의 열성은 비록 남다를지라도, 랭던홀의 일부 교사들의 모습은 분명이 있을 좀 더 바른 의견보다는 학부모와 교장의 의견을 따르고, 나태하고 자신이 더 편한 수업에 찌들게되는 교사의 모습이 우리 교육의 현실과도 꽤 많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새내기 교사들도 이러한 학교에 오게 되면 애나와 같은 고민을 백만번이라도 더 하게 되지 않을까. 그러다가 교사들이 내가 정말, 내 주관대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무력감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는 학교가 교사들의 열정을 북돋아 주기는 커녕 삭히는 곳이 될 수도 있다. 놀랍게도, 랭던홀에 들어서기 전의 애나와 후의 애나의 열정 또한 많이 달라져 있었다. 애나가 유혹의 늪에 잠깐 빠져있을 동안은 정말, 선생으로서의 열정은 바람부는 곳에 홀로 서 있는 작은 불씨마냥 위태롭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애나의 수많은 고민은 그녀를 바른 길로 인도한다. 한 순간 1시간에 250달러도 더 주던 과외를 모두 끊고 학생들에게 본래의 열정대로 바른 가르침을 주겠다고 선언한다. 교사로서 성숙한 그녀의 마음이 느껴졌다. 이미 아이들이 어떻게 숙제를 해오는지, 랭던홀의 어떤 교사들이 어떤 수업을 하는지 있는대로 부정적인 면모를 다 알고 있는 그녀는(자신이 모두 직접 겪었던 일이니깐) 훌쩍 커버린 교사가 되어 본래의 열정을 되찾는다. 이제 외모만 매력적인 교사가 아닌, 교사로서의 카리스마가 매력적인 애나의 화려한 수업을 기대하면서, 책을 읽는 내내 애나와 함께 하느라 진땀을 흘린 내게도 수고의 말을. '교사로서 지녀야할 가치관의 세계'는 정말 녹록치 않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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