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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한차현 장편소설
한차현 지음 / 문이당 / 2010년 6월
평점 :
차연은 '변신'했다. 그리고 허무한다르아한다르와 펠라커닐링 행성 그리고 K성으로 떠났다. 변신을 거듭한 그는 완전히 지쳐버렸다. 여기서 '변신'의 의미는 무엇인가. 한차현의 소설 <변신>은 굉장히 특이한 소설이다. 이 소설이 얼마나 특이한가를 따지면,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수만가지의 소설을 드나들었다 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한국의 어느소설로부터 베르베르의 소설을 드나들다가도, 그저 흔한 종교 소설이 되기도 했고, 저멀리 내가 읽어보지 못한 안드로메다의 소설이 지구로 굴러떨어졌나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진행되었다. 그러니깐 이 소설은 말이다.
나는 현실적인 모습을 가상으로 심도 있게 다룬 현대소설을 좋아한다. 그리고, 처음 보았던 한차현이라는 작가의 '장편소설'도 아주 평범한 문구로 맞이했다. 표지에 조금 특이한 외계인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그저 특이한 일러스트겠거니, 하고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주인공 부부인 차연과 소원에게 극도로 변화무쌍한 일이 일어났을 뿐이다. 그들의 시간은 소설이 진행될수록 골때리게 왜곡되고 있었다. 그의 소설은 말 그대로 '어느날, 외계인을 만나 우주로 떠날 수 있다면'이라는 SF적인 심심한 물음으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평범'을 가뿐히 뛰어넘어 시작하는 것이다. 어쩐지, 다른 그의 소설집인 '내가 꾸는 꿈의 잠은 미친 꿈이 잠든 꿈이고 네가 잠든 잠의 꿈은 죽은 잠이 꿈꾼 잠이다', '대답해 미친 게 아니라고', '사랑이라니 여름 씨는 미친 게 아닐까'와 같이 제목이 별나지 않다고 했다. '변신', 얼마나 심심한가. 그래서 이번엔 내용으로 이만큼이나 별난 것일까.
독특했다. 여느 소설처럼 캐릭터가 독특한 것도, 스토리가 다이나믹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독특했다. 평범한 목사인 차연은 아주 일상적이다 못해 지루한 인물이었고, 착하디 착한 K성의 촌장, 지구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다니엘 역시 그저 흔해빠진 이름을 가진 '출연진'일 뿐이다. 소설의 내용도 한 마디로 말하면 차연이 헤어진 아내를 찾는 이야기로 말할 수 있다. 얼마나 평범한가. 이 모든 게 그의 전혀 유치하지 않은 상상력으로 다시 태어난다. 베르베르의 '파피용'이 지구를 떠나는 것처럼 차연이 지구를 떠나니깐. 차연은 소원 없는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
책 뒤쪽에 실린 인터뷰에서 소설가로서 목표가 있다면, 하는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내 글을 진정으로 이해하며 즐길 줄 아는 독자, 내 새로운 작품이 나오기를 기다려주는 독자를 갖는 일입니다.' 여기서 난 그가 참 말을 바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하며.' 그의 글은 진정으로 이해가 필요하다. 방민호 문학평론가는 이 책을 가까이 하려면, 원리를 버리고 길들여질 필요가 있다고 한다. 작가는 나를 자연스럽게 '변신'에 길들여지게 하였다. 근 45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의 내용이 방대한 것도, 나를 이렇게 길들여버릴려고 있었나 싶은 정도로. 그의 소설은 독특한만큼 뭔가, 길들여지고 싶은 매력이 있다. 나는 비록 <변신>을 진정으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한차현씨의 새로운 소설이 나오기를 바라는 독자쯤으로는 머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