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극한기
이지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언젠가 한번은 꼭 '청춘'이란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소설을 쓰고 싶었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녀가 생각하는 '청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일단, 청춘의 사전적 의미부터 한 번 찾아보았다. 청춘이란,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으로,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이르는 말이란다. 즉, 젊음이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이다. 나는 '청춘'이라는 말을 중학교 때 민태원의 '청춘예찬'이라는 글을 접하면서 알게 되었다. 민태원은 청춘을 듣기만 해도 설레는 말로, 소개한다. 어쨌든, 무지하게 멋지고 설레는 단어임에는 틀림없다. 그건, 요즘 방영하는 KBS '청춘불패'만 봐도 그렇다. 

아니 그런데,  난 '청춘불패'란 방송을 보면서 왜 청춘이라는 단어를 멋있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지? '청춘불패'는 청춘이라고 할 수 있는 연예인들이 나와 산골 농가에서 이름하여 '아이돌 촌'을 일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야말로 청춘들이 나와서 그들의 젊음의 열기를 내뿜는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나는 그 젊음의 열기가 멋있었던 것일까. 도무지 나 또한 '청춘'이라는 단어에 왜 이렇게 열광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난, 21세가 되는 지금 동안 청춘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말이지. 이렇게 막연한 청춘을 오늘, '청춘극한기'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소설의 내용이 매우 특이하다. 우리나라에 신종 플루가 유행할 즈음, 소설 속에선 희한한 러브 바이러스가 맴돌기 시작한다. 극성으로 나타날 경우, 걸린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그런 지독한 녀석이다. 기분이 최고조가 되고, 즐거웠거나 마음에 담아두었던 환상이 보이고,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 한없이 사랑스러워 '젠장, 사랑합니다.'라고 밖에 말을 내뱉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하는 그런 고약한 증상을 가져오는 질병인 것이다. 젠장, 내가 눈 앞의 이 사람을 방금 전까지 미워했더라도 말이다. 이 병이 여자의 소개팅남이었던 과학자 남수필을 앗아가고, 그의 소개팅녀였던 어줍잖은 작가인 '내'게 침투해올 무렵, '나'는 위의 말을 내뱉게 된다. 젠장, 사랑합니다. 정말 사랑하지도 않는 퉁명스런 과학자 이균한테 말이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 이 병을 나을 수 있는 치료약 개발을 위해 실험용 마우스 처지가 되고 만다.

 

"당신처럼 재수 없는 인간한테 사랑을 느껴야만 하는 어이없는 처지인데. 이런 저주받은 내 상황이 이해가 가요? 내 안의 정체 모를 병원균이 만든 질병 때문에 나는 지금 말도 안 되는 상대한테 마음을 뺏기고, 그런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 땀을 뻘뻘 흘리고,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주제에 이렇게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요!"(187p)

 

나, 옥택선은 이균에게 말도 안되는 고백을 하고 나서 이렇게 말한다. 작가는 매사에 무심했던 '나'에게 OTS바이러스-주인공, 오택선의 이름을 딴 러브 바이러스-를 주입함으로써, 청춘의 극한을 맛보게 한 것이 아닐까. 아마 작가가 생각하는 청춘은 이런 것인 것 같다. 무엇을 보아도 사랑스럽고, 앞길이 어떻게 되던간에 그저 행복한 증상, 청춘은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니깐 청춘이라면 이 정도의 OTS 바이러스는 자동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그 순간 나는, 내가 이 OTS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러니깐, 내가 아직은 '청춘'인지. 나는 내 눈 앞의 것을 두고 호되지 아파 하는지 말이다. 다행히 자그마한 열정 하나는 지니고 있다. 그래서 청춘에 10%쯤은 닿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저 꿈이 하나 있는데, 지금으로는 그 꿈을 꼭 이루고 싶은 마음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꿈과 관련된 일이라면 무엇이든 재미있다. 이런 나를 비롯한, 이 시대의 모든 청춘들에게 <청춘극한기>는 OTS 바이러스를 전파할 독특한 매개체가 될 것 같다. 세상의 청춘들이 모두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가의 글은 내 마음 속에 소중하게 자리 잡혀 있다. 매우 독특한 옥택선, 남수필, 이균, 미리, 파워레인저, 상도의 모습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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