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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 - 독서의 즐거움
정제원 지음 / 베이직북스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책을 읽을 때에도 자신에 대해 '나는 똑똑한 사람이므로 이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 이미 마음속으로 항복한 채 시작한 전쟁에서 전리품을 얻을 수 있는 병사는 없는 것이다. -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 안상헌.
다음 구절은 저자가 발췌한 어느 책의 한 구절이다. 편견을 가지고 어떤 책은 힘겹게, 어떤 책은 즐거워 읽으려 했던 내게 약간의 빗금을 가져다 주었다. 얼굴이 표면적으로 붉어진 건 아니었지만, 내 마음 속에 스크래치처럼 한줄의 빗금이 그어졌다. 그래, 책을 읽는 데 조차 필요했던 건 자신감이었던 것이다. 유독 '자신감'이란 단어에, 그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에 민감한 나였다.
나는 자신감이 있기도, 없기도 했던 아이였다. 그러니깐 내가 자신있는 건 뻔뻔할 정도로 무작정 해내려 했지만, 해보지 않아 낯설었던 것은 한걸음 발 디디는 것조차 망설였다. 이런 생각이 거듭되어 어린날 무책임하게 지녔던 도전의식을 차차 잃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난 자신감이 있기도, 없기도 한 아이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자신감의 유무'의 비중이 점차 달라지는 것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더이상 자신있어 할만한 것도 사라졌다. 그렇게 얕은 지식으로 아슬아슬하게 살아 오던게 바로 직전, 지난 나날이었다.
다행히, 이런 생각과 태도는 대학교에 와서 많이 나아졌다. 폐쇄된 공간에서 정해진 공부만 해야했던 고등학교 시절과 달리, 대학교는 일단 시작부터 새로운 모임이니, 활동이 많았다. 그리고 주위 친구들도 해외 봉사라던가, 소록도 봉사, 배낭 여행, 육상 선수권 대회 안내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려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있는 건 '외톨이'를 자청하는 것이였다. 바로 적신호가 삑삑- 울려왔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사람을 많이 만나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일단, 서울이니 지방이니, 아니면 그대로 대구니 해서 멀어졌던 고등학교 친구들과 다시 만나고 그 관계를 지속시키려고 노력했다. 원래 사람을 만나는 것을 은연 중에 두려워하는 난데, 한달전 오랜만에 연락이 온 중학교 동창에게 일부러 전화를 걸었다. 첫 마디가 낯설었다. 그렇지만, 점심약속을 탁 잡고 나니 괜스레 마음이 편해졌다. 친했던 친구였는데, 방금 아쉬웠던 감정을 유쾌한 수다로 바꾸고 싶다. 그게 곧 있을 12시의 약속이다.
이처럼 나는, 독서의 즐거움이 내세운 한마디 한마디에 자극을 받으면서 책을 읽었다. 책에서 <책은 도리어 '생각하는' 도구다.>라고 소개해 주었는데, 그게 마음에 꼭 닿아 내 생각이나 옛 기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렇게 내 기억으로 닿은 책들이 다른 책보다 훨씬 더 깊게 읽었다는 만족감까지 따라왔다. 정말, 독서의 '처음'을 도와주는 작가의 목적이 내겐 대성공으로,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최고의 독자가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