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꽃이 피었습니다 - 마음 장편소설
마음 지음 / 북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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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리뷰]

#선인장꽃이피었습니다 #마음 #북랩 #힐링로맨스


나는 대단한 손을 가졌다. 죽이기 어렵다는 선인장을 시들시들하게 만드는 손. 그저 방치했기에 선인장이 죽느냐, 그렇다면 억울하지나 않겠다.

선물 받은 예쁜 선인장을 나름 정성 들여 키우려고 마음먹었건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선인장의 손절뿐.

오늘 책의 주인공인 마혜령은 지은호에게서 받은 선물인 선인장을 잘 키워낸다. 아마 마혜령의 선인장에는 분명 예쁜 꽃이 피지 않았을까. 마혜령이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잘 키워낸 덕분일까, 아니면 꽃집 사장인 지은호가 품종 좋은 튼튼한 선인장을 선택한 덕분일까. 

둘 다일 수도 있겠다. 마음에 받은 상처가 깊지만 재활훈련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시원스럽게 내뱉고 상대방 부모의 반대에도 포기하거나 다시금 우울해지지 않던, 강한 여자 마혜령과 부드럽고 상냥해 보이지만 꺾이지 않는 강인한 마음을 가진 지은호가 만나 서로를 의지한 덕분에 꽃을 피운다.


내가 선인장 두 개를 동시에 키워봤는데(물론 한 개 역시 작별하였다), 선인장마다 가시의 굵기도 모양도 촉감도 다 달랐다. 사람들도 저마다의 가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좀 뭉툭한 가시냐 날카로운 가시냐, 촘촘한 가시냐 듬성듬성한 가시냐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마혜령은 선인장의 가시처럼 뾰족뾰족한 날을 세우고 사람들을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 지은호는 마혜령의 가시를 뽑아주었던 걸까, 뽑지 않은 채 안아주었던 걸까. 아니면 그저 다듬어준 걸까?


나는 마혜령과 지은호의 서사처럼 지금의 남편을 만난 것은 아니기에 오, 갑자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어느 순간 빠지게 되는 타이밍을 그 누가 판단할 수 있단 말이냐. 열리지 않을 것 같은 두꺼운 문 앞에 먼저 다가와 두드리며 기다려주고, 세상은 괜찮은 곳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사람이 있다면 나 또한 참 소중하다고 느낄 것 같다. 


중간 중간에 뭉클함이 밀려오는 부분이 있어 그럴 땐 조금 천천히 읽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덕분에 정신없는 학기 말, 잠시 오룡산 숲속에서 산책할 수 있었다. 게다가 흥미진진한 그들의 러브스토리까지 보게 되니 일석이조였다. 나도 선인장 잘 키워봤으면! 나 또한 쉽게 죽지 않고, 꽃을 피고 지워내기를 반복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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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괴짜 친구에게 고정순 그림책방 2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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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리뷰]

#나의괴짜친구에게 #고정순 #길벗어린이 #글렌굴드


어렸을 적부터 피아노를 쳤다고는 하지만 그만 둔 것도 어렸을 때였다. 그러니까 클래식에 대한 나의 지식은 굉장히 짧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몰랐다. 글렌 굴드가 어떤 사람인지.

그래서 몰랐다. 책 표지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왜인지 모르게 이상하게 생긴 의자의 사연을.


먼저 이 책을 접했을 때 나는 강렬하고도 무겁고도 어둡고도 다정한 색채에 빠져들었다. 하얀 캔버스에 유화 물감을 하나하나 쌓아 올린 작가의 시간을 짐작하는 듯 가만가만 들여다보았고, 표면을 만지작 거렸다. 한 장면 한 장면이 아름답고 귀했다.


내가 보통 보았던 피아니스트들의 연주 모습은 등받이가 없고, 가로로 널찍한 의자에 앉아서 치는 모습이었는데 글렌 굴드는 늘 그의 특별한 의자에서 피아노를 쳤다. 아버지가 그를 위해 만들어준, 다른 의자보다 낮은, 피아노를 치고 있는 손과 맞닿을듯 굽힌 자세를 위한 의자. 너무 낡아 뼈대만 남았어도 가지고 다녔던, 어찌 보면 그의 일부였던 의자.


건반 하나하나의 소리에 집중하며 그 음에 귀기울일 줄 알고 사랑했던 아이, 글렌 굴드. 한 음 한 음 정확하고도 청량하게 짚어내며 연주하는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피아노를 치면서 글렌 굴드는 입을 가만두지 않는다. 굉장히 집중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피아노를 치는 그의 표정이 즐거워보인다. 나도 무언가에 흠뻑 심취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다시금 피아노를 치고 싶다. 한 음 한 음 그 소리를 들으며 곡의 모든 구성 요소가 소중하다는듯 치고 싶다.


글렌 굴드의 일대기를 자세하게 써낸 책을 읽기 전에 그림책으로 읽게 되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기이함, 고독함, 특별함, 순수함 등이 훨씬 마음에 훅 다가온다. 곧 글렌 굴드에 대한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읽는 동안 고정순 작가님이 그린 그림의 색채가 떠오를 것 같다. 그림책의 힘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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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브 농장
이민주 지음, 안승하 그림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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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리뷰]

#페브농장 #이민주 #안승하 #창비 #음표 #쉼표


주인공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피자가게에서 일한다. 무슨 피자를 제일 잘 만들까? 자신의 일을 좋아할까? 그는 왠지 피곤해 보인다. 고개를 숙이고 걷는다. 그런 주인공을 반겨주는 것은 프레스토다. 강아지 이름인데, 프레스토는 '매우 빠르게'라는 뜻을 가졌다. 프레스토는 페브 농장이 처음이지만 이름대로 빠르게 뛰어다니며 밭에 숨겨진 씨앗상자도 찾으면서 주인공 옆에 항상 붙어 있다. 프레스토에게는 페브 농장이 프레스토로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겠다 싶다.


주인공은 비밀씨앗을 천천히 심고 싶었을까. 하지만 어쩌다 보니 씨앗 전부가 한꺼번에 심겨졌다.(오히려 좋은 건가..?) 덕분에 분주한 낮시간을 보낸다. 쉼 없이, 정신없이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깜깜한 밤, 고요한 달빛이 비추고 나서야 주인공은 쉰다. 쉼표 별자리가 주인공을 비춘다. 열매들도 은은한 빛으로 물들어 간다. 그러자 향기도 색깔도 소리도 달라졌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없이 음표로만 계속되는 곡은 보지 못했다. 꼭 음표와 음표 사이에는 어디가 되었든 쉼표도 함께 있다. 악보도 그렇듯 사람도 쉼표가 필요할 때가 있다. 비밀씨앗에서 자라난 음표들은 쑥쑥 자라기도 하고 휴식도 취하며 맛있게 익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음표도 사람도 한층 싱그러워진다. 


페브농장 테마곡을 들으며 그림 속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음표 사이에 들어가 있는 쉼표, 반복되는 운율. 밤이지만 무섭지 않다. 고요하고 다정하다. 숨죽여 하늘을 바라보면 무수한 별들이 천천히 돌고 있는 것만 같다. 아니 내가 돌고 있는 건가? 반짝반짝 별들이 우수수 떨어져와 무언가 말해줄 것만 같은,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사실 나는 낯설고 어두운 공간에 있던 터라 무서움을 동시에 느끼기도 했지만, 주인공에게 익숙한 공간이고, 트럭을 타고 멋지게 달려와 반겨줄 할머니가 있기에 나보다는 평온하지 않았을까.


이 하루를 통해 쉼의 시간을 가지며 회복한 주인공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도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주인공의 하루는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마무리된다. 페브농장의 음표로 차를 우려 마시는데 왜 그럴 때 있지 않나, 그 순간이 참 좋아서 언제든 추억을 우려도 그때와 같은 행복을 느낄 수 있을 때.(신났던 신혼여행을 추억 삼아 5년을 우려먹고 있다.) 나도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다시 내일을 힘내볼 위로를 얻는다. 페브농장의 음표, 택배 되나요? 


https://youtu.be/DLHqTuxIcfY?si=fMuJt55pX6ZTQG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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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퓨테이션: 명예 1
세라 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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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평단 리뷰]

#레퓨테이션 #세라본 #소설추천 #소설베스트셀러 #넷플릭스 #창비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끝내 놓을 수 없는 것들이 각자의 삶에 있을 것이다. 사랑, 가족, 신념, 종교, 돈, 직업, 책임감....

그 중 엠마는 명예를 중시했다. 하지만 명예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자신이 소셜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이고 법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며 그만큼 자신이 하는 말이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 6시 뉴스에 나올 때 누가 보아도 화려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나라면 엠마의 삶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만두면 예상되는 시나리오가 있음에도 의원직을 내려놓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엠마는 두려워하면서도 자신의 일을 계속해 나간다. 멈추지도 그만두지 않는다. 사실 나도 직장에서 힘든 상황이 닥치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었지만 특별한 사명감과 책임감 때문인지 막상 결단하려고 하면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멈추게 되면 그로 인한 파장이 너무나 클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중시하는 걸까? 무엇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일까? 


이 책을 읽다 보니 소셜 미디어에서 얼굴과 신분, 나의 말과 행동이 노출되는 삶은 정말이지 생각보다 너무너무 힘든 것이었다. 공인은 대중 앞에 스스로 선 사람이니 그로 인한 파장도 감내해야 한다고, 얻는 만큼 잃는 게 있다고(209p)는 하지만 근무시간을 벗어나면 그녀도 한 가정의 엄마이자 여성으로서 평범한 삶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엠마는 퇴근하는 시간마저도 안전하다 느끼지 못하고, 그 상황을 지켜보는 나마저 숨막히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며 다른 나라 정치인들과 한국 정치인들의 삶은 꽤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적, 유럽의 정치인들은 굉장히 검소하며 일터에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다는 영상을 본적이 있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 하원의원은 '나와 내 가족을 대표하는 사람'이고 '내가 주는 월급으로 우리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38p)'이라는 인식이 있으며, 그 의원이 일을 잘 하는지 지켜보고 가까운 거리에서 건의할 수도, 항의나 조언을 할 수도 있음을 알게 됐다. 그렇지만 모든 유권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는 없다. 그게 사람의 한계이지 않을까. 


마이크는 기자다. 마이크는 이중적인 모습,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지는데 사실 누군들 안 그러겠는가. 마이크는 자신의 직업 때문인지 굉장히 본능적이고 먹잇감이 되는 사건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캐럴라인도 마이크와 대화하다가 깨닫지 않는가. 마이크는 일반 사람들과 완전히 다른 도덕 기준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210p) 지쳐있고 외로워하는 엠마를 하룻밤 따뜻하게 안아주는 사람이다가도, 엠마가 플로라 일로 바삐 나가던 순간은 실망감과 불신을 전하며 엠마의 손을 떨쳤다. 그리고는 바로 플로라 관련 기사를 내겠다고 하기까지. 


'그럼 네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아버지의 질문은 어디까지 엠마를 이끌 것인가. 그 질문을 따라 항상 옳은 일을 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를 하려고 여기까지 열심히 일해온 엠마. 하지만 그것이 엠마의 발목을 잡았을 수도, 엠마의 삶을 지나치게 좌지우지했던 걸 수도 있다. 


제일 절정으로 치닫는, 재미있는 부분에서 1권은 끝난다. 살인 사건은 어떻게 일어났던 것일까, 벼랑 끝에 선 엠마는 어떤 선택을 할까. 명예를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할 것인가. 2권을 안볼래야 안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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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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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리뷰]

#화성과나 #배명훈 #래빗홀 #화성 #지구 #SF소설


초등학생 때 미래도시를 그리면 꼭 날아다니는 자동차, 그때와는 전혀 다른 생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꿈꿨던, 국가가 나뉘는 것도 없이 모두가 지구촌 한 가족으로 살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했다. 아직은 모두가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타지 않고, 200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게 살아가고 있으며, 국가의 국경들은 그대로 존재했다. 

그럼에도 행성 규모 정도의 위기가 닥치면 국가들이 글로벌한 대응을 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예측은 간단하게 무시되고, 모든 국가가 국경을 폐쇄하고 다른 인종을 비난하는 정책으로 간단히 회귀했었다.(295p) 각자의 문화나 정책에 맞는 코로나 대응방식을 택하면 어느 나라에서는 그 정책을 비난했다. 어느 나라는 다른 나라의 방식을 이해할 수 없고 이기적이라고도 했다. 


화성으로 가는 사람들은 그런 지구의 국제정치 방식을 화성에까지 가져가지 않는다. 지구에 맞는 국제정치라고 해서 화성에 딱 맞게 적용된다는 법은 없으니까.(실제로 지구에서도 현재의 국제정치가 100% 들어맞는다고 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화성인들은 회복력이 좋다. 좀 약해지면 어떠냐, 무슨 일을 겪어도 화성인은 반드시 회복한다. 또, 사는 곳 자체가 척박하고 쓸쓸하고 황량하고 거칠고 외로우므로 사람들은 까탈스럽지 않다. 척박한 전방에서 지내며 다지는 전우애 같은 걸까.


나는 지금까지는 '화성에 도착하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엄청 덥고 엄청 춥고 그렇다던데, 영화 <마션>을 보면 참 황량하고 살기 어려울 것 같던데..' 정도의 생각만 있었다. 하지만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면서 걸리는 시간과 생활은 생각해보지 못했다! 순간이동을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렇다, '작은 순환'을 겪어야 하는 환경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이미 이 시작점에서 나는 틀려먹었다...물론 박사학위도 석사학위도 없으니 순위는 죽 밀려날 것이다. 평범한 나는 이미 조성된 환경에서 화성의 문명을 완성하겠지.


현재 지구에 사는 사람들 중에 화성에 가려는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내 생각보다 많을까? 왜 화성까지 개척하려는 것일까? 지구에는 아름다운 미래가 없을 것이라 판단하는 걸까? <화성과 나>는 정말로 화성에서 살게 되면 일어나게 될 법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어떤 '식량'을 키워서 먹을 수 있으며, 어떻게 '생존'하느냐의 문제를 언급하기보다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사회과학적이며 인문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실은 그것을 뛰어넘어 진지한 상상력을 불어넣어준다. SF소설이라는 이름으로! 화성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관찰한 작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덕분에 재미있는 상상을 펼쳤다.😊


평범한 나는 이 지구에서 지구인으로 무슨 일을 겪어도 회복할 힘을 키우겠다. 동시에, 텅 빈 행성에 채워넣는 제도와 윤리, 약속, 관계, 생활 방식 등 모든 것이 지금보다 더 선하길, 더 좋은 것이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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