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괴짜 친구에게 고정순 그림책방 2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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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리뷰]

#나의괴짜친구에게 #고정순 #길벗어린이 #글렌굴드


어렸을 적부터 피아노를 쳤다고는 하지만 그만 둔 것도 어렸을 때였다. 그러니까 클래식에 대한 나의 지식은 굉장히 짧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몰랐다. 글렌 굴드가 어떤 사람인지.

그래서 몰랐다. 책 표지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왜인지 모르게 이상하게 생긴 의자의 사연을.


먼저 이 책을 접했을 때 나는 강렬하고도 무겁고도 어둡고도 다정한 색채에 빠져들었다. 하얀 캔버스에 유화 물감을 하나하나 쌓아 올린 작가의 시간을 짐작하는 듯 가만가만 들여다보았고, 표면을 만지작 거렸다. 한 장면 한 장면이 아름답고 귀했다.


내가 보통 보았던 피아니스트들의 연주 모습은 등받이가 없고, 가로로 널찍한 의자에 앉아서 치는 모습이었는데 글렌 굴드는 늘 그의 특별한 의자에서 피아노를 쳤다. 아버지가 그를 위해 만들어준, 다른 의자보다 낮은, 피아노를 치고 있는 손과 맞닿을듯 굽힌 자세를 위한 의자. 너무 낡아 뼈대만 남았어도 가지고 다녔던, 어찌 보면 그의 일부였던 의자.


건반 하나하나의 소리에 집중하며 그 음에 귀기울일 줄 알고 사랑했던 아이, 글렌 굴드. 한 음 한 음 정확하고도 청량하게 짚어내며 연주하는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피아노를 치면서 글렌 굴드는 입을 가만두지 않는다. 굉장히 집중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피아노를 치는 그의 표정이 즐거워보인다. 나도 무언가에 흠뻑 심취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다시금 피아노를 치고 싶다. 한 음 한 음 그 소리를 들으며 곡의 모든 구성 요소가 소중하다는듯 치고 싶다.


글렌 굴드의 일대기를 자세하게 써낸 책을 읽기 전에 그림책으로 읽게 되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기이함, 고독함, 특별함, 순수함 등이 훨씬 마음에 훅 다가온다. 곧 글렌 굴드에 대한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읽는 동안 고정순 작가님이 그린 그림의 색채가 떠오를 것 같다. 그림책의 힘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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