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아빠는 교육이 남다르다 - 인성을 키우는 아빠교육
김승 지음 / 미디어숲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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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퇴근 덕분에 늘상 어둑어둑해져야만 비로소 대면할 수 있는 무뚝뚝한 모습의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하는 건 (적어도) 내 세대에겐 그리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아이의 양육과 교육은 오로지 어머니의 책무로 여겨지곤 했던 그 당시는 몰랐지만, 성인이 된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성격적으로 나는 아버지를 닮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어머니와 보내고, 학교에 머물며 또래 친구들과 보냈지만, 나는 성인이 되며 점차 아버지의 행동양식이나 가치관을 닮아가고 있었다. 결혼할 남자의 진면목을 보려거든, 그 아버지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해 보라던 웃어른들 말씀이 서른 중반이 넘은 이 시점에서 진땀나게 느껴진다. 원하던, 혹은 원하지 않던 간에 아버지가 아이에게 주는 그 영향력이란 건 실로 엄청난 것이 아닌가, 내 삶의 체험을 통해 절실히 느꼈더랬다. 

현재의 나는 (다행히) 결혼은 했지만 아직 아이가 있지는 않다. 결코 적지 않은 나이지만 여전히 아이에 대한 계획조차 세우질 않는 건, 마치 계획에도 없던 결혼이 어느 순간 성사됐던 지난날처럼 아이 역시 어느 순간 자연스레 그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약간은 안이한) 기대 덕분이다. 대신, 언제일지 모를 그 순간까지 허송세월을 보내기보다 조금이나마 준비된 아빠가 되고자 나름의 열심을 가지고 무언가 하고자 하니, 이 '준비된 아빠는 교육이 남다르다'야 말로 그 좋은 출발점이자 준비하는 아빠를 위한 훌륭한 입문서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었다

 

이 책은 1부 아버지상과 2부 자녀 인재상, 이렇게 두 가지의 커다란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녀를 위한 어떤 그림을 그리기 전에 본인이 어떤 사람인가를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녀상' 이전에 '아버지의 '자아상'이 먼저라는 말이다. 이것이 먼저 정립이 되지 않고선 아이에게 좋은 모범이 될 수 없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우리네 어린 시절 무뚝뚝한 아버지들처럼 내 아이들과의 단절 혹은 강요만이 있을 뿐, 제대로 된 소통이 있을 수가 없다고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체험을 통해 아이에 대한 아버지의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걸 깨달은 뒤부터, 나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상상하곤 한다. 나의 말버릇, 작은 습관들이 아이의 인격 형성과정에 결코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테니, 평소부터 내 모습을 돌아 보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바로 이 지점에 대해 이 책의 저자는 아이에 대한 교육 이전에, 나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성찰과 반성을 통해 나 스스로가 먼저 바뀌지 않으면 그렇게 또 우리는 집 안에서 외딴 섬이 되어버릴거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절반이 지나가건만, 아이의 교육이나 양육에 대한 실체적인 이야기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줄기차게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바로 아버지 당신의 삶과 행복을 말이다.

아버지가 행복하지 않고 삶에 찌들거나 피폐한 마음에 빠져있다면, 아이에게 아무리 훌륭한 고언과 권면을 쏟아낸들 그게 얼마나 효력이 있을까. 세월 조금 지나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아이의 눈에 '나는 그래도 되지만, 너는 그래선 안된다'는 꼰대가 되어있지 않을까. 나는 그저 그런 삶을 살았지만, 너만은 그래선 안된다며 다그치는 아버지들은 결국 아이의 행복까지 방해하며, 손대선 안될, 아이가 직접 잡아야 할 인생의 핸들에까지 손을 뻗치려들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버지, 그 자신의 내적 행복이다.

또한 무엇보다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부터 알아야한다.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 가치관의 우선순위 등, 세상만사의 모든 원리나 이치들이 내 안에서 어떻게 구성되고 그걸 타인에게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 타인이 곧 내 아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질문이나 호기심에 차근차근 아버지의 내면을, 혹은 세상 이야기들을 걸러서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공부는 대체 왜 해야하는거야?" 라는 아이의 질문에 "입 다물고 공부나 하라"는 말을 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이렇게 먼저 아버지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고 올바른 자아상을 정립한 후에야 비로소 나의 자녀를 위한 인재상을 그려내야 한다. 자녀를 어떤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지에 대해, 가치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그것을 하나하나 채워주기 위한 '가정의 문화'를 만드는 노력을 기울이자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의 인내와 열심, 끈기가 아버지들에게 필요함은 물론이다.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이 과정을, 책에선 몇 가지 예를 보여주며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고 있다. 가치관의 우선순위를 설정한 뒤, 그것을 토대로 아이의 인재상을 정하는 그 과정에 대해서 말이다. 이를 토대로 가정의 인재상과 아버지의 언어, 그리고 삶이 모두 일관적으로 아이에게 노출이 된다면, 그 안에서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그 가치를 흡수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런 인재상은 연쇄반응을 일으키므로, 가정의 인재상이 '배려'라면, 그 아이는 배려는 물론, 겸손과 배려 등 다른 덕목에서도 높은 발달을 보이게 된다고 한다.

 

이처럼 이 책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알고 있을 '좋은 아빠'가 되는 방법에 대해 구조적인 접근을 통해 차분히 요약 및 정리를 해주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을 내용일 수 있지만, 작가는 이렇게 구조적으로 잘 정리된 글을 통해 우리 모두가 실천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독려'하는듯 하다. 어찌보면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는 '가정 안에서의 인재상 세우기'에 대해, 어떻게 실행으로 옮겨야 할지 어색해 하거나 어려워하는 독자들을 위해서 세밀하게, 그리고 하나하나 그 방법에 대해 차분히 설명해 주고 있다. 아이가 아직 없음에도 공감가는 이야기가 수두룩하나, 나머지 세부 내용은 각자 직접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느끼는 것이 더 효과적인 체득이라고 믿는다. 준비된 아빠를 지향한다면, 또 내 아이를 위해 방법을 고민하고 열심을 투자할 마음이 있는 아버지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지침서라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좋은 아빠에 대한 정답은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각자 맞다고 믿는 바대로 관철시키는 삶을 추구할 뿐, 누구도 그 정답을 정의할 순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책을 다 읽고 내가 느낀 바는, 그 정답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기 위한 우리의 '노력'과 '책임감'에 대한 의지이다. 나라는 인간을 통해 세상을 마주할 나의 아이를 위해 조금이라도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나의 '책무'임과 동시에 나의 가정이 바로설 수 있는 근본이 되어 줄 테니 말이다.

흡사 고객을 호객하려는 홈쇼핑 문구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나처럼 아직은 아이가 없지만 훗날 아이에 대한 교육을 생각하곤 하는 분들이나, 곧 아버지가 될 분들에게, 혹은 이제 막 걸음마를 하기 시작한 아버지들에게, (결국은 모든 아버지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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