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구상에 남은 최후의 두 사람이 될 수 없어. 그런 특권은 오메가중 한 녀석에게 돌아가겠지. 딱한 자식. 만약 우리가 최후의 인간이 된다면 우린 뭘 하게 될까?"
"술이나 마시겠지. 어둠을 향해 인사를 건네고 빛을 기억하면서. 긴 이름들을 외쳐 부르고 결국 머리에 총
을 쏘겠지."
"어떤 이름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셰익스피어,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예수 그리스도."
"인류의 출석을 부르는 셈이로군. 신과 예언자와 광신도 이름은 빼. 계절은 기왕이면 한여름이었으면 좋겠어. 와인은 보르도산 붉은 포도주, 장소는 울콤의 그 다리였으면 좋겠고."
"어쨌든 우리는 영국인이니까 《폭풍우》에 나오는 프로스페로의 에필로그로 마무리할 수 있겠군."
"너무 늙어서 그 대사를 기억해내지 못하지만 않으면, 와인이 바닥나도 총을 쥘 힘만 남아 있다면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