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한 가지를 잊었네. 적당한 아내도 생기겠지. 저녁 식사 자리에서 괜찮은 대화를 나눌 정도로 영리하지만 너랑 경쟁할만큼 영리하지는 않은, 그런 아내와융자로 장만한 노스옥스퍼드의 집에서 너와 똑같은 삶을 반복할 영리하고 지루한 아이들 둘을 낳아 잘 먹고잘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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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기는 어느새 그의 삶에서 일상이 되어버렸는데, 자꾸 자기검열을 해야 하고 중요한 내용을 누락시켜야 하고 명백히 밝히지 못하고 사실을 속여야 한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위가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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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구상에 남은 최후의 두 사람이 될 수 없어. 그런 특권은 오메가중 한 녀석에게 돌아가겠지. 딱한 자식. 만약 우리가 최후의 인간이 된다면 우린 뭘 하게 될까?"
"술이나 마시겠지. 어둠을 향해 인사를 건네고 빛을 기억하면서. 긴 이름들을 외쳐 부르고 결국 머리에 총
을 쏘겠지."
"어떤 이름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셰익스피어,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예수 그리스도."
"인류의 출석을 부르는 셈이로군. 신과 예언자와 광신도 이름은 빼. 계절은 기왕이면 한여름이었으면 좋겠어. 와인은 보르도산 붉은 포도주, 장소는 울콤의 그 다리였으면 좋겠고."
"어쨌든 우리는 영국인이니까 《폭풍우》에 나오는 프로스페로의 에필로그로 마무리할 수 있겠군."
"너무 늙어서 그 대사를 기억해내지 못하지만 않으면, 와인이 바닥나도 총을 쥘 힘만 남아 있다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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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을 믿습니까? 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어느새 옛 외무부 건물 현관 앞에 도착했다. 그는 뒷좌석 문을 열어주러 차 밖으로 나가려다가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말했다.

"어쩌면 그분의 실험은 대단히 잘못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마 그분도 당황했을지 모르죠. 엉망진창인 꼬락서니를 보고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알 수가 없는 거죠. 어쩌면 바로잡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요. 그분에게는 마지막으로 단 한 번만 중재를 시도할 힘밖에 남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렇게 한 겁니다.


그분이 누구든, 어떤 분이든, 알 게 뭐랍니까? 자신의 지옥에서 활활 타고 있으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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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은 결코 권력의 대체물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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