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리오니라는 작가가 쓴 “프레드릭”이란 동화책을 읽어보셨나요?
그 책을 보면, 정말로 깜찍한 쥐 한 마리가 등장합니다.
다른 쥐들이 열심히 일을 해서 먹이를 모으는 등 부지런히 겨울채비를 할 때 주인공 프레드릭은 겨울채비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햇살 모으기, 이야기 모으기, 색깔 모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마치 어린시절 읽었던 ‘개미와 베짱이’의 베짱이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추운 겨울이 되고 먹을 것이 동이 났을 때 프레드릭은 다른 쥐들에게 자신이 모았던 따뜻한 햇살을 느끼게 해주었고,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며 온갖 색깔들을 말해주어 지루하고 긴긴 겨울을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답니다.
춥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옷을 입기엔 아직 이른 요즘 같은 때에는 숲에 가도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한 생명을 느끼기엔 조금은 무리가 있지요. 하지만 전 충분히 봄을 느끼고 있답니다. 따뜻한 햇살 때문이냐구요? 아니요! 저도 작년 봄에 프레드릭처럼 열심히 모아둔 것이 있답니다.
작년 이맘때쯤... 지리산 화엄계곡엔 노오란 복수초가 한창이었습니다.
아침엔 꽃잎을 잔뜩 웅크리고 모으고 있다가 햇볕이 점점 따뜻해지는 오후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 노오란 꽃잎을 활짝 열고 곤충을 유혹하던 복수초! 아무리 낮이라도 흐린 날엔 절대 꽃잎을 열지 않는 고집! 그 복수초를 거의 보름동안 마음으로, 눈으로, 카메라로 모으고 또 모았더랬지요.
그리곤 한참을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며칠 봄샘추위를 겪고 나니 다시 그 복수초가 생각나더란 말입니다. ‘꽃잎을 열었을까?’를 궁금해 하며 매일매일을 열심히 들여다보게 만들던 녀석들... 노오란 그 꽃잎들이 가슴에 박혀 작년 봄 그 춥디 추운 지리산 화엄계곡에서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녀석들... 생각만으로도 마음을 훈훈하게 하던 그 녀석들이 봄이 오는 소리에 또 생각이 나더란 말입니다.
제가 사는 남쪽엔 벌써 산수유 꽃망울이 열리고, 매화가 꽃을 필 준비를 하고, 계곡에선 산개구리알을 볼 수 있습니다. 대전의 봄소식은 어떤지요? 제가 젤루 좋아하던 식장산의 봄소식이 오늘은 왠지 궁금합니다. 프레드릭처럼 식장산에 가서 봄을 모아 제게 전해주실 분 안계신가요?
-대전충남생명의숲 2006. 5월 소식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