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도 없이 어디로 날아갔나 - 정약용, 김려 서사시 샘깊은 오늘고전 11
정약용·김려 원작, 김이은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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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지역이 전남 완도이다 보니 이 근방의 유명한 위인들, 윤선도, 윤두서, 그리고 정약용... 에 대한 관심도 있던 차에 정약용과 김려가 쓴 "날개도 없이 어디로 날아갔나"를 만나게 되었다. 

우선 노란 책표지와 특이한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펼쳐 읽은 책 내용...
음... 끝맺음이 없어 오히려 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고나 할까?

'팔려간 신부'편을 보면... 그 내용이 참 뭐랄까 맘이 짠하다고 해야하나? 항상 없는 사람들은 왜 그리 당하고 사는지... 이 책의 주인공 여성도 없는 이가 또 설움을 겪는 그 부류이다. 중매쟁이의 말에 속아 정신없이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와 나중에 속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결혼할 수 밖에 없는 주인공, 그리고 그 슬픔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어머니... 어떻게 읽으면 그 속절없이 당하는 내용이 슬프다 못해 화가 나기도 한다. 두번이나 결혼하여 자녀도 셋이나 둔 늙은이가 젊은 여자를 얻겠다고 중매쟁이를 매수한 것도 기가 막히지만, 그런 남편을 피해 스님이 된 여성에게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가라는 앞뒤 분간없는 원님... 이 시대의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아 더 맘에 와닿기도 한다. 

그러나 '방주의 노래'는 사뭇 다르다. 천한 백정 출신의 방주네 식구들의 이야기이지만, 결코 없이 살아서 안되 보인다든지, 신분이 낮아서 불쌍해 보인다든지 하는 것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양반네 자제들보다 더 곱고 이쁘게 자란 방주가 그 얌전한 자태로 인해 양반집의 청혼까지 받는다. 방주의 노래는 그 시대 때에는 상상할 수 없는 신분차이에도 불구하고 혼사를 거론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래서 정말 혼사가 이루어졌는지, 또 그래서 잘 살았는지에 대한 뒷 이야기가 없어 아쉬움 마저 남는다. 그저 사람됨됨이만을 보고 백정집에 혼사를 청하는 또다른 주인공 장파총의 이야기에서 지은이 김려가 원하는 사회가 이런 "천지가 만물을 낳고 기르는 이치는 고르고 가지런해서 원래 한쪽으로 치우치는 법이 없는" 평등의 사회를 꿈꾸었던게 아닐까 짐작만 해볼 뿐이다. 

원래 운문이었다는 두 이야기를 읽기 쉽게 다듬어 쓴 김이은 님의 글쓰기와 독특한 동양화식의 이부록 님의 그림이 조화를 이룬 맛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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