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나쁜 녀석이야! 맹앤앵 그림책 1
백승권 글, 박재현 그림 / 맹앤앵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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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4살쟁이 딸래미... 아빠가 조금이라도 늦게 퇴근하는가 싶으면 핸드폰을 내 턱밑에 들이대며 "엄마, 아빠 왜 이렇게 안오신데? 얼른 전화해줘봐."한다. 그래서 전화가 연결되면 "아빠, 왜 이렇게 안와? 얼른 와야지. 깜깜하잖아." 그러고 나서 아빠가 오면 무슨 장난감인양 아빠랑 노느라 정신이 없는데...

이상하게 이 책을 읽다보니 이 책의 주인공 다래와 울 딸의 얼굴이 희한하게 오버랩된다. 전혀 다른 상황인데도 말이다. 

미류나무 유치원에 다니는 다래는 아빠를 그려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아빠를 한쪽 구석에 아주 작게 그려놓는다. 아빠는 나쁜 녀석이기 때문에! 

아침이면 아빠랑 손잡고 유치원에 가고 싶고, 풀꽃시계도 만들고 친구들 앞에서 자랑도 하고 싶지만, 아빠는 눈을 뜨면 벌써 출근하고 없다. 

재롱잔치때도 안 오시고, 회사에서 아주 늦게 들어와 잠든 다래에게 술냄새만 피우신다. 다래는 아빠랑 함께 색칠놀이도 하고, 목말도 타고, 맛있는 저녁도 같이 먹고 싶은데 말이다. 

주말이면 아빠랑 자전거 타고 공원에 나가 신나게 놀 생각에 눈도 일찍 떠지는데 아빠는 9시, 10시가 지나도 쿨쿨 잠만 잔다.  

그런 아빠가 요즘은 이상해졌다. 회사도 안 나가고, 밖에도 안 나가고, 담배도 다시 피우고, 인터넷만 하며 다래를 보면 괜히 끌어안고 한숨을 쉰다. 다래가 잘못해도 야단도 안 치고 말이다. 아빠도 방학이 있는 건가? 

이제는 아빠랑 놀 수 있게 되었지만, 다래는 마음이 이상하다. 못 놀아줘도 좋으니까 아빠가 옛날처럼 나쁜 녀석이 되었으면 좋겠다는데... 

제목만 보고 "야, 재밌겠다!"했다가 괜시리 마지막 부분을 읽으며 코끝이 찡해지려고 한다.  나쁜 녀석이라 아빠가 싫었지만, 다시 나쁜 녀석이 되었으면 좋겠다니...!   

프랜디가 대세인 요즘 다래아빠는 프랜디의 프도 될 수 없지만, 얼른 다래 아빠도 방학을 끝내고 조금만 나쁜 녀석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딸은 아빠를 좋은 녀석이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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