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라, 고마리!




#1 외양간 앞

  “우리 누렁이 먹을 쇠죽을 끓여줘야 겠구나. 어디보자, 이 꼴(풀)을 솥에 넣고……. 어이쿠, 근데 꼴에 ‘고만이’가 섞여 있네? 얼른 골라내야 겠군.”




#2 동네 이장님 방송

  “아아, 알려드립니다.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오늘부터 우리 마을에서 잡초제거 작업이 있겠습니다. 논두렁과 냇가 부근의 ‘고만이’를 집중적으로 제거할 예정이오니 한분도 빠짐없이 참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3 축사 밑의 냇가

  “A축사 밑의 냇가에 ‘고마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다른 축사 밑의 냇가보다 이곳의 물은 눈으로 보아도 깨끗하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바로 고마리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 고마리가 갈대, 물옥잠처럼 수질정화식물이라고 합니다……. 생명의숲 윤기자였습니다.




  어린시절 시골에서 자란 기억이 있는 분이라면, 저처럼 시골과 가까운 곳에 사는 분이라면 지금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이 있습니다. 바로 “고마리”라고 불리는 식물입니다. 시골에서는 ‘고만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식물이지요.




  고마리는 전국에 걸쳐 도랑이나 산지의 물가에 무리를 이루며 30~100cm 정도까지 자라는 한해살이 식물입니다. 잎은 서로 어긋나며 줄기에는 갈고리 모양의 가시가 있습니다. 연분홍, 흰색 등의 꽃은 8~10월에 줄기의 끝에서 여러 송이가 모여 피는데 꽃잎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꽃잎처럼 보이는 부분은 실은 꽃받침이지요. 도랑에 무리를 지어 피어있는 고마리를 보면 우리가 부르는 영락없는 잡초입니다. 그만큼 흔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앙증맞고 작은 꽃이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꽃인지, 또 얼마나 고마운 꽃인지 금방 느끼실 수 있습니다.

  

  장면 1을 다시 살펴볼까요? 농부아저씨가 쇠죽을 끓이면서 고마리를 골라내는 모습……. 네. 농부아저씨의 말처럼 쇠죽에 고마리가 섞여 들어가면 쇠죽이 묽어져버리기 때문에 소 키우는 농부들은 고마리를 아주 싫어했다고 합니다. 




  장면 2에서는 동네 이장님께서 냇가의 잡초 특히 고마리를 집중 제거할 거라는 방송을 하시는군요. 시골에서는 ‘고마리’보다 ‘고만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한 까닭도 이 식물의 줄기와 뿌리 뻗음이 좋아 너무 잘 퍼지기 때문에 이제 고만 자라서 그 정도로만 머물러 있으라는 의미로 ‘고만이풀’이라 부르게 되었기 때문이라지요?




  장면 3은 축사 밑에서 고마리 때문에 냇가 물이 깨끗해 보인다는 기자의 말입니다. 기자의 말처럼 고마리는 수질환경 개선에 일등공신 역할을 하는 식물입니다. 납이나 카드륨과 같은 중금속을 흡착하여 제거하고 오염된 물에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여 물을 깨끗하게 하는 것인데요, 200여 평의 고마리 군락지가 있으면 가축 50여 마리의 배설물을 정화할 수 있을 만큼  수질정화능력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깨끗한 물에서 자라는 고마리의 어린잎과 연한 줄기를 이른 봄에 뜯어 나물과 국거리로 이용하기도 하였고, 민간에서는 지혈제, 요통, 소화불량, 시력회복 등의 약제로도 활용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고마리의 참모습은 수질을 깨끗하게 하는 환경지킴이의 역할에서 찾을 수 있겠지요. 신경 써서 특별히 심지 않아도 생활하수, 축산폐수 등으로 오염되고 약간은 지저분한 곳에 저절로 자라며 우리의 환경을 지켜주니 얼마나 고마운 식물입니까? 냇가나 산지의 물가에서 자라는 고마리를 보며 한번 외쳐볼까요?

  “고마워, 고마리~”라고요!

 

-대전충남생명의숲 2005. 10월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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