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가 전해준 약초 - 짚신나물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지난달엔 제가 사정이 생겨 6월의 야생화를 소개해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달엔 사죄하는 뜻으로 재미난 옛날 얘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교통이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한양으로 과거라도 보러 갈라치면 몇날 몇일, 심지어는 몇 달씩 걸어서 힘들게 갔었다지요?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도 바로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던 두 사람과 관련된 이야기랍니다.


옛날 옛날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던 두 친구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늑장부리다 행여 과거를 못 볼까 싶어 여러 날을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피곤한 몸을 이끌고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친구가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며 코와 입에서 멈추지 않고 피를 뚝뚝 흘리지 않겠어요? 그러면서 자꾸만 목이 마르다며 친구에게 “물, 물 좀 줘~”라며 애절하게 말했지요. 그러나 황막한 벌판에서 물을 찾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답니다. 힘들어하던 두 사람 머리위로 바로 그때 두루미 한 마리가 날아왔습니다. 피를 흘리던 친구는 “두루미야, 제발 나를 태워서 마을로 좀 데려다줘.”라고 큰 소리로 외치자 두루미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입에 물고 있던 풀을 떨어뜨리고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그 풀을 주워 아픈 친구에게 주며 말했습니다. “두루미가 이 풀을 주고 가는군. 목이 마르다니 이것으로 목을 축이게.” 아픈 친구는 친구의 말대로 그 풀을 받아서 입에 넣고 씹어 먹었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곧 코와 입에서 나오던 피가 멎었습니다. 두 친구는 “선학(仙鶴)이 선초(仙草)를 보냈구나.”하며 얼싸안고 기뻐하였습니다. 그리고 두 친구는 열심히 걸어 한양에 도착하였고, 나란히 급제를 하였다고 합니다. 훗날 두 사람은 약초를 준 두루미를 기념하기 위해 그 풀을 선학초라 이름 지었고, 그 뒤로 사람들은 피를 멎게 하는 약으로 선학초를 널리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옛날이야기에서 나오는 선학초가 바로 우리 나라 전역의 산과 들에서, 혹은 길옆에서  자라 흔히 볼 수 있는 짚신나물이랍니다. 장미과 식물로, 키는 50~120cm, 전체에 흰색의 부드러운 털이 덮여 있고, 7~9월에 꽃대 위에 노란색의 작은 꽃이 모여서 핍니다.

예로부터 민간에서 지혈제로 또 설사를 멈추게 하는 약으로 써온 약초인 짚신나물은 선학초(仙鶴草) 이외에도, 용아초(龍牙草), 황화초(黃花草), 탈력초(脫力草) 등의 다양한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중 용아초라는 이름은 이른 봄철에 돋아나는 새싹이 마치 용의 이빨을 닮았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라고 합니다. 또한 꽃이 질 무렵 옆을 지나치면 갈고리털 덕분에 바지나 신발끈에 열매가 다닥다닥 붙게 되어 짚신을 신고 다니던 옛날에는 귀찮을 정도로 짚신에 자주 붙어 그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 어디에나 씨앗이 퍼져 흔하게 볼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이번 달에는 노란 색 작은 꽃을 올망졸망 달고 있는 짚신나물을 찾으러 한번 떠나보세요~!


-대전충남생명의숲 소식지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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