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친해져요(2)

- “굳세고 맑은 정신, 매화를 닮으라!”

매화 - 권필 -


매화
얼음 뼈
옥 같은 뺨.
섣달 다 가고
봄 오려 하는데
북쪽 아직 춥건만
남쪽 가지 꽃피웠네.
안개 아침에 빛 가리고
달 저녁엔 그림자 배회하니
찬 꽃술 비스듬히 대숲 넘나고
향기는 날아서 금 술잔에 드누나.
흰 떨기 추워떠는 모습 안쓰럽더니
바람에 날려 이끼에 지니 애석하도다.
굳은 절개를 맑은 선비에 견줄 만함을 아니
그 우뚝함 말한다면 어찌 보통 사람에 비하리.
홀로 있음 사랑하여 시인이 보러 감은 용납하지만
시끄러움 싫어해 나비가 찾아옴은 허락지 않는도다.
묻노라, 조정에 올라 높은 정승의 지위에 뽑히는 것이
어찌 옛날 임포 놀던 서호의 위, 고산의 구석만 하겠는가.

매년 3월이면 우리가 사는 광양에는 유명한 축제가 열립니다. 이름하여 “매화축제”. 섬진강가의 그 단아하고 깨끗한 매화를 보기위해 축제기간이 되면 전국의 구경꾼들로 광양은 한바탕 시끄러워집니다. 그러나 굳이 매화를 보기위해 섬진강가를 찾지 않아도 광양에서는 우리의 눈길이 닿는 곳이라면 쉽게 매화를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매화는 우리 광양사람들에게는 친숙한 나무입니다.
예로부터 매화는 “사군자(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라 하여 선비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귀하신 몸이었습니다. 또 꽃이 지고 나면 탐스럽게 열리는 매실은 기생충을 구제하고, 위를 튼튼하게 하는 등 건강에도 그 효능이 탁월하여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이런 매화는 중국의 나라꽃이기도 합니다. 나라꽃으로 삼은 이유도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화려한 모란을 대신하여 추위에 강한 매화의 모습이 혁명정신을 잘 나타낸다고 하여 모란 대신 새로이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매화는 식물학적으로 보면 장미과 벚나무속에 속하는 낙엽성 작은키나무로 사람들이 가까이한 역사가 길다보니 꽃의 빛깔에 따라, 열매에 따라 수없이 많은 품종이 만들어졌습니다. 건조에 강하고 추위에도 잘 견디므로 우리나라 어디서나 키울 수 있으며, 성장도 빠른 편이고 가꾸기도 쉽습니다.
눈 속에서 피어나 단아함과 깨끗함으로 부지런히 봄을 맞이하여 진하고 맑은 향기로 마음 속 더러운 찌꺼기를 몰아내 뼛속까지 싱그럽게 해주는 매화. 온갖 시련과 역경을 딛고 모든 사물들이 꽁꽁 얼어붙은 차가운 눈 속에서 피어난 꽃이기에 옛사람들은 그렇게 매화를 사랑했습니다. 단지 그 꽃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 정신을 사랑했습니다.
탄핵이다 뭐다해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요즘 시끄러움을 미워하고 고독을 사랑하는, 아무 나비나 멋대로 노니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매화의 굳세고 맑은 정신을 배우고 싶습니다.

2004. 3. 광양환경연합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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