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만나는 자연 친구 - 낙엽(落葉)? 낙엽(樂葉)!
지난달엔 붉디 붉은 단풍을 자랑하는 붉나무를 만나보았는데요, 이번 달엔 어떤 자연 친구를 만나볼까요? 궁금하시죠?
여느 일반 회사원들보다는 자연과 접하는 시간이 많은 편이지만, 저 또한 사무실에 앉아 업무를 보다보면 가까이 있는 환경연합 마당의 나무들조차 무심히 넘어갈 때가 많답니다. 오늘도 문득 마당에 나갔다가 저의 무심함에 어찌나 부끄러웠던지요. 매달 자연 친구와 만나자고 주장하면서 정작 저는 가까이에 있는 자연조차 못 느꼈으니 말이에요.
환경연합 마당을 보면요! 저도 모르는 새 감나무의 감이 열려서 어떤 놈은 벌써 떨어졌고, 어떤 놈은 이미 박새, 까치의 밥이 되어 버렸네요. 곱고 예쁜 빛깔로 마당을 환하게 밝히던 구절초도 이미 져서 내년을 보낼 준비에 들어가기 시작했구요, 300년을 살았다는 회화나무도 어느새 잎을 거의 다 떨궜더라구요. 그 중에서도 오늘 제 눈에 들어온 자연 친구는요! 바로 마당 한가득 잎을 떨궈낸 뽕나무 낙엽이었답니다.
얼마 전 우리 연합의 꼬마친구들이 유치원에서 '누에 기르기'란 숙제를 받았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저도 옆에서 살짝 누에를 보게 되었는데요, 누에가 무얼 먹고 자라는지는 다 아시죠? 바로 뽕나무 잎이잖아요. 저희 환경연합 마당에 있는 몇몇 큰 나무 중에 뽕나무도 있거든요. 여름엔 오디를 지천으로 열어서 생태교육관을 찾는 친구들을 기쁘게 해주었던 바로 그 녀석(뽕나무)을 누에가 주식으로 삼는 것이지요. 말로만 듣던 누에가 정말 뽕잎을 먹을까 하는 호기심에 마당에 나가 뽕잎을 뜯어 먹여보았었지요. 근데 정말 꼼꼼하게 위에서 아래로 차례로 잎을 갉아먹는 누에의 그 먹성에 무척이나 신기해했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가끔 정말 가끔 뽕나무에게 눈길을 보내곤 했었는데요, 오늘 바로 이 뽕나무 녀석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이지요. 것도 제가 살짝 무심했던 틈을 타서 낙엽을 마당 한가득 토해낸 그 녀석을 말이에요.
마당엔 정말 카펫을 깔아놓은 것처럼 비에 젖은 뽕잎이 한가득 떨어져 있습니다. 예전엔 낙엽을 보면 그저 무덤덤한 눈길을 보내곤 했었는데, 왠지 이번에 만난 이 낙엽들은 그냥 보내기가 싫은 거 있죠!
비가 그치고 또 마당 한가득 낙엽을 떨구게 되면 전 이 낙엽들 중 한 놈을 골라 제 맘에 품으려고 합니다. 낙엽을 들고 가만히 이 놈의 일년사를 함께 기억해 보려구요. 제가 처음 환경연합에 들어와서 만났던 앙상한 가지의 뽕나무, 새순을 돋우고 점점 진초록의 잎을 키우더니 한여름엔 달콤한 오디로 기쁘게 하고, 늦가을 찬바람과 함께 낙엽되어 땅으로 떨어진 녀석... 이놈과 함께 보낸 시간들을 낙엽과 함께 되새겨 보려구요.
오늘 제겐 낙엽(落葉)이 낙엽(樂葉)이 되는 느낌입니다. 여러분들도 낙엽과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2003. 11. 환경교육센터 초록지